최근 산업 영역에서 전통 기업 내 창의적인 문화 조성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과 경쟁력을 위한 필수 사항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기업이 혁신을 위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파괴적인 전략을 도입하는 것, 그 이상을 뜻한다. 근본적으로 오래된 프로세스에 익숙한 전통적인 기업이 디지털 시대의 과제를 수용하는 창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포용하는 문화를 육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혁신의 여정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분야 중 하나는 기존 프로세스와 고정된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전통적인 기업을 혁신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해 온 낡은 관행과 경직된 사고를 뒷받침해 온 기존 기업이 문화적 기반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프로세스의 불가피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성공의 필수 요소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중요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 격언은 이러한 철학을 근본적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학습 기회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개념은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가중치와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개인과 기업이 혁신과 위험 감수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서구 문화, 특히 미국에서는 실패를 성공을 향한 필수 단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점은 '빠르게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라는 실리콘밸리의 모토로 요약된다. 이는 빠른 반복을 촉진하고 실패로부터 학습하여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신속하게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험 감수를 장려하고 실패를 혁신으로 촉진하는 귀중한 학습 경험으로 간주한다.
반면, 많은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실패가 심각한 낙인으로 남기도 한다. 특히 일본,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실패를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더 넓은 사회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 수치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자신의 실수에 대한 깊은 반성을 포함하는 일본의 '한세이(反省)' 개념은 개인적, 직업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정을 의미하며, 실패를 인정하고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 잠재적으로 혁신을 방해할 수 있는 고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실패에 대한 심층적인 문화적 해석은 실패가 단순한 좌절을 뛰어넘는 심오한 경험임을 강조한다.
1970년대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홉스테드(G. Hofstede)는 전 세계 10만 IBM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회의 문화가 구성원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치관과 행동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문화 차원 이론(Cultural Dimensions Theory)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불확실성 회피 지수(UAI:Uncertainty Avoidance Index)가 높은 국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해 모호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낮은 경향을 가진다. 반면 지수가 낮은 국가는 변화에 유연하며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경향을 가진다. 이는 조직의 관행과 혁신이 장려되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통적인 기업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이 보복이나 조롱에 대한 두려움 없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새로운 프로세스를 실험하고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직장을 의미한다. 특히 구글, 아마존과 같이 혁신적인 문화로 유명한 기업은 실패를 관리하기 위해 '빠르고 자주 실패'와 같은 원칙을 수용하고 구조화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 중심 접근 방식뿐만 아니라 개발을 위한 핵심 DNA에 실패를 통합해 단계별 발전의 필수 요소로 활용한다. 이는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나이키 등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기업의 성과 평가에서 아이디어의 흐름을 중요한 지표로 평가하는 방식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즉각적인 유용성과 관계없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혁신은 단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다. 실패한 아이디어를 포함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포함된 엄격한 프로세스의 결과다. 따라서 우리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배우는 환경이 필요하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SW 디자인 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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