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안전하고 유익한 해외직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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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직구(해외직접구매)'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쇼핑 플랫폼이 증가하고 국내 소비자 집 앞까지 바로 배송이 되면서 해외직구로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명한 국내 배우가 플랫폼 광고에 나오고, 한글로 된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다 보니 소비자는 해외직구를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해외직구 규모의 증가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2018년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해외직구 규모는 2조9248억원이었으나 불과 5년 만인 2023년 6조756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반가운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 더 넓어져서 많은 판매자로부터 더 다양한 상품을 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 간의 거래는 단순히 구매처의 변경이 아니라 거시적인 유통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며 생각하지 못했던 소비자 보호 과제를 동반한다.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배송, 반품, 환불의 문제를 넘어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이 국내에 쉽게 유통되거나, 반대로 국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가 다른 국가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원의 온라인 해외직구 상담은 1만1798건으로 전년 대비 68.9% 증가했다. 불만 이유를 살펴보면 주문취소나 대금 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 미배송 또는 배송지연 등 배송 관련 상담이 많았다. 또, 2023년 한 해 동안 해외에서 안전성 문제로 리콜된 제품이 국내에 유통된 사례도 986건이나 적발됐다. 이 중에는 유해물질 및 알러지 유발성분이 함유된 음식료품, 접지 및 절연 등이 미흡해 감전 위험이 있는 가전·전자 기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해외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을 필수적으로 동의하게 하면서 수집되는 개인정보 항목 또한 명시하지 않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소비자 이슈와 위험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정위는 3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국내외 플랫폼에 대한 차별 없이 '국내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예방·구제'하며, '범부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종합 대응하는 3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개인정보위, 관세청, 방통위, 식약처, 여가부, 특허청 등도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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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보호 3대 추진전략

먼저 공정위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관련 시장 현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법위반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사업자의 경우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매출액 및 이용자의 수 등이 일정 기준 이상인 사업자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를 부과해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플랫폼이 정부가 제공하는 위해제품 정보에 따라 판매를 스스로 차단하는 자율제품안전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동시에 소비자단체가 위해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감시하고 시정하는 사업도 연말까지 진행한다.

아울러 상품들의 가격비교 및 리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소비자24'사이트를 통해 해외직구 관련 피해예방정보를 제공한다. 소비자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소비자 피해주의보도 발령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플랫폼을 대상으로 '소비자 보호의무 이행'을 점검하는 실태조사도 진행하여 국내 소비자 보호 관련 법령에 대한 사업자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피해 예방 노력에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좀 더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소비자원이 해외 플랫폼에 즉시 문제를 제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국내 핫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범정부적인 노력도 병행한다. 관계부처들은 '위해 식·의약품, 가품, 청소년 유해 매체물, 개인정보 침해' 등 4대 주요항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해외 위해물품 관리 실무협의체를 통해 해외 플랫폼의 위해물품 유통 방지 대책 등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대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면서도 지금까지 공정위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원칙들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당국이자 소비자 보호당국으로서 '해외'기업이라도 국내 위반행위 적발시 엄중하게 법을 집행하고, '플랫폼'의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잡아 왔으며, '온라인'시대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국내외 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오면서 경쟁사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등의 위반행위를 제재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회원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렵게 하는 등의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고 사업자를 제재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의 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응해 왔다.

올해 초 발표된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모바일 앱 소비자 지출 규모는 78억6000만달러로 전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시장 구매력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우리 소비자들이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해외직구 또한 '공정'한 시장에서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도 부탁드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필자〉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2007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보험연구원장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2022년 9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위원장 취임 후 법집행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공정위 설립 40년 만에 조사와 정책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이뤄 냈으며 '원칙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자'로서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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