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가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을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꼽히며,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예외 요건을 통해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7일 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 판단의 기준을 마련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관리·감시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의 정의를 따로 명시한 조항은 없지만 공정위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기준으로 동일인을 지정해왔다.
그간 대기업집단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 및 친족의 등장,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등 동일인 판단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이 발생했다. 그러나 동일인 판단기준이 불분명해 동일인 판단에 대한 객관성·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국적 차별 없이 수범자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동일인 판단기준을 명문화해 동일인 판단의 명확성과 합리성을 높였다.
우선,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되어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자 요청에 따라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없다고 인정돼야 한다.
공정위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하여 지정된 기업집단이 4대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다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해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4대 예외조건을 모두 충족해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뒤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동일인 지정 기준은 곧 있을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도 적용돼 대기업집단 지정의 객관성·합리성·예측가능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