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공개
상장사 자율 참여, 지속적 인센티브 제공으로 경영 문화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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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밸류업 지원방안 요약

상장기업의 경영공시가 실적과 계약 중심의 단순 정보 제공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 계획'과 '성장 전략' 제공에 방점이 놓인다. 성장성과 주주환원 수준, 자본효율성 등 재무 정보는 물론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ESG) 관련 비재무 정보까지 기업이 달성할 목표와 현황을 자율적으로 투자자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예컨대 지배구조를 향후 3년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10배 이상 늘리겠다와 같은 도전적 목표를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시장과 적극 소통하는 기업에는 지속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의 '밸류업' 노력과 투자자 간 소통이 기업경영의 새 문화로 자리잡도록 한다는게 금융당국의 중장기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은 2일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지난 2월부터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다.금융당국이 밸류업의 핵심으로 내건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 및 주주와 소통하며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틀인 셈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중·장기 가치제고를 위한 미래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이를 토대로 하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이 생산적인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면 우리 자본시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 중심 공시, 미래 계획 중심 공시로…경영관행 바꾼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사 모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대상이다. 다만, 참여 여부는 자율이다. 세부 공시 내용 역시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택하면 된다. 한국거래소는 연 1회 주기적인 공시를 권고하고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수시공시도 가능하다. 자율공시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가 아닌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이용해 공시한다. 기업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예측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면 불공정공시로 보지 않는다.

이날 공개한 가이드라인 역시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포함해야 할 주요 내용을 상세하게 담았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선정할 핵심 지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에 대한 해설이다. △사업부문별 투자 △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적 자산 처분 등 재무·비재무적 요소가 두루 포함됐다.

그간 우리 상장기업의 공시 관행이 주로 재무상태나 감사결과, 계약체결과 같은 발생한 사실이나 결과 또는 증자·감자나 투자 활동 결정 같이 이미 결정한 내용으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이 기업의 중장기적 미래 계획을 적극 설명해야 하는 것인 만큼 공시 관행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세한 해설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에게는 작성 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지표를 선택할지 등 작성·공시에 대한 여러 의문을 답변하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의 의미가 있다”면서 “주주나 시장 참여자에게는 투자 등 활용상 편의성을 제고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ESG', 'R&D투자', '신사업 진출'…어떤 지표 담아야 하나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6가지 목차를 구성해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황진단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적합한 시장 지표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자본비용(COE) 등 자본효율성, 배당성향과 같은 주주환원 지표를 두루 담아 경쟁사와 비교 분석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자본효율성이 낮은(현황진단) 기업이라면 향후 2027년까지 ROE를 8% 이상으로 향상(목표설정)하기 위해 디지털마케팅을 확대하고 유휴 부동산을 매각(계획수립)하겠다는 식으로 공시를 하는 셈이다. 만일 유동성 배분을 목표로 설정했다면 유입되는 현금 가운데 얼마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어느 정도를 투입할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제공하는 식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 역시 마찬가지다. 상장사가 성장성 높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 상장의 경우,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모회사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할 수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향후 계획 같은 감사 독립성 강화 계획 역시 공시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행평가와 소통 역시 설정한 목표가 당초 수립한 계획에 따라 얼마나 진척됐는지 또는 어떤 사유로 인해 계획이 변경됐는지 등을 알리는 창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투자자와의 IR 개최 여부 등 피드백도 여기에 반영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자본시장 바꿔야”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강제성이 없는 자율공시 조항인데다, 참여 시 기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그리 크지 않아서다. 한 코스피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의 내재 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은 상장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강제성 없는 공시만으로 그간의 투자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공시 정보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 등 실익이 실질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이전에는 시늉만 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도 중장기 차원에서 기업 가치제고를 추진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앞으로 관련 공시를 강제할 계획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해야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순차적으로 의무화 할 계획이 없다”면서 “어디까지나 가치 제고를 노리는 기업들이 공개 시장에서 주주들에게 오해를 풀고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성을 띄어봤자, 진정성 없는 공시 남발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테슬라도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2020년까지 단 한 번도 이익을 수익을 낸 적이 없지만, 경영진이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믿고 투자해 시총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어떤 기업이든 정말 잘하고 싶고 투자를 유치하려면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공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곧 기업 가치를 높이는 첫 걸음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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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