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AI 전쟁' 치열한데...국회 문턱 못 넘는 'AI기본법'

Photo Image
21대 국회서 폐기 위기 놓인 주요 ICT, 산업 법안

국가 간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한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 AI 산업 진흥과 규제를 담은 'AI 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8일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기본법)은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2소위를 통과했으나 1년 넘게 상임위 전체 회의에 계류 중이다.

5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과방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 법안 통과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AI 기본법은 AI에 대한 개념 규정과 AI 산업 육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용빈·민형배·윤영찬·정필모·이상민·윤두현·양향자 의원이 기존에 각각 대표 발의한 7건의 AI 관련 법안을 병합한 것으로 여야 의원이 골고루 참여해 대표성도 있다.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과 자율 규제 조화를 원칙으로,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측면을 다뤘다. AI로 촉발된 사회·경제·문화와 일상생활 등의 변화에 국민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시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술개발, 학습용 데이터 구축과 창업 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3년마다 '인공지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AI 윤리 원칙에 따른 정책 수립, AI 신뢰성 확보를 위한 근거 마련, 고위험 영역 AI 고지 의무 부과 등도 담았다.

또 '인공지능위원회', '인공지능 신뢰성 전문위원회' '국가인공지능센터'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해 산업 진흥 정책 영역을 맡긴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AI 기술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에 반대를 표하면서 지난 2월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다.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AI 산출물에 대해 워터마크 도입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추가했다.

Photo Image
AI전략최고위협의회 법제도분과 1차회의가 'EU AI법 주요내용 및 국내 AI법제 발전방향'을 주제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AI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AI법제 발전 방향'을 주제로 종합 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용 건국대 교수,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 교수,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학계·산업계 등에서는 AI 산업 진흥과 최소한의 규제를 담은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디지털 혁신이 진행 중이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AI 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강력한 규제 중심의 세계 최초 AI 법인 'AI 법(AI Act)' 시행을 앞뒀다. 또, 미국은 자국 AI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춘 AI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과 사회 변화에 맞춘 AI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입법취지다.

글로벌 AI 규범 체계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운데 국내 AI 규범 체계에 대한 정립 방향이 정립돼야 AI 산업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적절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민관이 손 잡고 의사결정기구인 AI전략최고위협의회를 꾸리고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신설하는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AI 일상화에 약 70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각에선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글로벌 AI 전쟁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캐나다는 이달 초 AI 컴퓨팅 능력과 기술적 기반 확보, AI 스타트업 육성 등 AI 산업에 24억캐나다달러(약 2조388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AI가 새로운 경제, 사회의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들어 가면서 'AI 윤리' 'AI 안전' 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에 대한 기반 확보도 필요하다.

생성형 AI에 따른 가짜뉴스 생성이나 딥페이크(영상·이미지)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피해 구제를 하기도 어렵다. 사용자 보호는 물론이고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기업이 그에 맞춰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며 “AI기본법 제정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