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개전 200일만에 '인질 영상' 공개

미국계 이스라엘 남성 인질, 이스라엘 정부 비판
중상은 비교적 회복…“70명 가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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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공개한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계 이스라엘 남성 인질. 사진=BBC 캡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 채비에 들어간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새로운 인질 영상을 공개하며 인질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BS 뉴스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모습이 담긴 약 3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의 레임 키부츠(집단농장) 인근에서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했다가 하마스 기습을 받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붙잡혀 간 인질이다. 당시 그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수류탄으로 공격한 건물에 은신하고 있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골드버그-폴린은 건강을 회복한 것 같지만 팔꿈치 아래로 절단된 왼팔을 들어 보여주었으며, 얼굴에는 여러 흉터가 남아있다.

하마스가 당초 인질로 납치한 인원은 240여 명이며, 가자지구에는 아직 130여 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폴린은 영상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으로 피랍자들 중 70명 정도가 사망했다”며 “정부는 물도, 식량도, 태양도 없는 지하감옥에 우리가 갇혀 있는 동안에도 가자에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의 인질극을 방치하고 200일 동안 구출도 하지 못한 것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에 촬영 날짜가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200일 가까이 억류됐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은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201일째 되는 날이다.

하마스는 이전에도 인질의 모습을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스라엘은 '영상 공개는 군사 작전이 아닌 협상으로 인질을 먼저 구출해야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질 가족들이 공개를 허용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인질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허시의 절규는 모든 인질의 절규다.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인질 석방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질 영상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공개됐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IDF는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679기갑여단과 2보병여단 등 2개 예비군 여단이 최근 몇 주간 가자지구 내 작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이들 2개 여단은 99사단에 배속돼 가자지구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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