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현우의 AI시대] 〈4〉대한민국이 AI G3로 발돋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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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우 하나은행 자문위원·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

4월 4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AI) G3 도약을 위한 AI·디지털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2022년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에 이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2.0'에 해당한다. 이 발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이자 'AI G3'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4월 15일 미국 스탠퍼드대 HAI연구소가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평가된다. 이 보고서는 2023년 개발된 149개 기반 모형과 주목할만한(notable) 87개 모형을 언급했지만, 한국의 AI 모형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등의 누락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AI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다. 모 언론사의 '이집트, UAE에도 밀렸다'는 기사 제목은 사실과 다르겠지만, 149개 중 미국 109개, 중국 20개, 영국 8개를 고려한다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작년 8월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의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했지만,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보다 뒤처진 6위에 그쳤다. 특히, 한국은 상업화, 연구, 운영 환경 등에서 10위권 밖을 기록해 우리가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AI G3'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먼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혹하게 직시하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 관점의 AI 인재 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경직된 교육 및 고용 체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에서는 현업 경쟁력이 높은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업 현장의 AI 전문가와 협업을 강화하고, 대학교수 중 일정비율을 연구 역량과 현장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인력으로 임용해야 한다. 더불어 전 국민의 'AI 리터러시'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교과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해외 AI 인재에 대한 문호 개방 또한 필요하다. AI 산업에서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해외 AI 인재 활용을 외국인 고용 및 출입국 관리 제도 개선과 연계하여 고민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최근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가 1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우리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17조원 이상을, 앤쓰로픽이 구글과 아마존으로부터 8조원 이상을 투자 받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의 AI 투자액은 72.5억달러(약 10조원)로 세계 9위에 그치고 있다. 이 정도의 투자로는 영국(222.5억달러), 이스라엘(128.3억달러)을 따라잡을 수 없다. 반면 중국은 2030년까지 AI 산업에 1조5000억달러(약 2068조원)을 투입해 'AI 굴기'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결코 투입 없는 산출은 없다. 규모 면에서 중국만큼은 못하더라도 10분의 1은 투자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AI 산업 전용펀드 조성과 이에 참여하는 벤처캐피털(GP), 민간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AI 반도체 등 유관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역시 절실하다.

셋째, AI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과 규제 혁신이 요구된다. 먼저 산업 진흥과 자율 규제를 포괄하는 인공지능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AI 기본법은 정치적 이슈가 없는 법안이기에 21대 국회의 잔여 임기 중 처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일부 이슈가 있더라도 먼저 제도적 기틀을 만든 후, 그 안에 진흥과 규제의 내용을 조화롭게 담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규제, 처벌에 대한 상세 내용은 후속 입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다루면 된다.

또 기술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 전통 산업 관점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더이상 AI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찬 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달성할 목표가 명확하게 마련되면 이를 반드시 이뤄내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민족이다. 이를 위해 AI G3 전략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일상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 선진국 도약을 위한 골든 타임을 사수해야 한다.

황보현우 하나은행 자문위원·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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