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전사적인 '인공지능(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내 업무,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상품 전략, 대고객 서비스 등 사업 전반에 AI 요소를 입히며 업무 효율성과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유통업계 최초로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급증하는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 19일부터 에비뉴엘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안내데스크 두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통역 서비스는 SKT가 선보인 AI 통역 솔루션 '트랜스토커'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트랜스토커는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 등 13개 언어 동시 통역을 지원한다. 음성 인식(STT), 자연어 처리(NPU), 번역 엔진, 거대언어모델(LLM)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투명 스크린 앞에서 자국어로 질문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안내데스크 스크린에 표시된다. 이후 안내데스크 직원이 한국어로 답하면 질문한 언어로 실시간 변환돼 다시 모니터에 나타난다. 롯데백화점은 이용도를 평가해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는 전사적인 AI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와 상반기 사장단회의(VCM) 등을 통해 AI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사업 모델 개발에 주력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석한 AI 콘퍼런스도 열었다.
롯데 전 사업군은 AI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꾸린 AI TF 가동 기한을 오는 9월까지 6개월 연장했다. 전사적인 AI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1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전 계열사에 도입했다. 아이멤버는 직원들이 문서번역, 코드생성, 홍보문구 작성 등 업무 전반에 활용 가능한 'AI 비서'다.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은 각각 AI 전담 조직을 구축했으며 롯데웰푸드는 상품 개발, 대홍기획은 광고 영상 제작에 AI를 활용한다.
롯데 유통군의 AI 전환 또한 가속화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생성형AI 전문 기업 '업스테이지'와 제휴를 맺은데 이어 AI 추진체 '라일락'(LaiLAC)을 구성해 유통 특화 AI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라일락은 △고객 맞춤 마케팅 △수요 예측 자동 발주 △광고 제작 자동화 △AI 기반 고객 상담 등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4200만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활용성을 극대화해 데이터 커머스, 기업간거래(B2B) 등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