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당시 60%서 대폭 상승
재고 대부분 소진·수요 회복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 주목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침체로 쌓였던 재고가 해소되고 수요 회복까지 더해진 결과로, 낸드플래시 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낸드 가동률은 최근 9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했을 당시 떨아진 가동률 60%와 비교하면 대폭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올해 1분기 80%를 넘어선 뒤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 업계 관계자는 “팹(공장) 전체 평균 가동률이 90%에 이르고 일부 주요 팹은 사실상 '풀 가동'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시안 공장 가동률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삼성의 전체 생산량을 좌우한다. 삼성은 시안 가동률을 먼저 올린 데 이어 평택 공장 가동률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삼성의 낸드 가동률 상승은 감산 성과를 방증한다. 낸드 공급 과잉 탓에 삼성은 지난해 1분기 감산을 시작했다. 설비 투자를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낮추면서 재고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재고 상당 부분을 소진, 수급 균형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고객사 재고가 남아 있지만 가동률 상승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열풍도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AI 기업들이 서버를 증설하면서 추론용 데이터 저장장치인 낸드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용 SSD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낸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북미와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중심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늘고,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낸드플래시 부진에 발목이 잡혀왔다. 작년 내내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불황 속 D램은 먼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낸드는 수급에 균형을 찾지 못하면서 실적에 보탬이 못 됐다. 그러나 이제 정상화가 다가오면서 실적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시황 변화에 따라 낸드 가격을 20% 인상해 올려 고객사와 협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재고 감소가 지속되면서 2분기 낸드 고정거래가격이 13~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발표하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낸드 회복세가 어느정도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1분기 낸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램은 지난해 4분기때 흑자 전환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