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나라 정치의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집단지성이 절묘하게 작동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여야 의석 비중부터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을 포함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합해 총 175석을 차지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둔 180석에서 5석이 빠졌지만, '압승'이라는 평가를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야당에서 빠진 5석은 그대로 국민의힘으로 옮겨졌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8석을 합해 총 108석을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확보했던 103석에서 정확히 5석 늘었다.
거대 양당 의석 변화만 놓고 보면, '정권 심판'을 원하지만 야당이 폭주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뜻으로 읽힌다. 범야권이 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에 국민의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야당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허전하다고 느낄 만하다. 서울·경기의 초접전 지역구를 적지 않게 내줬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교두보를 얻지 못한 탓이다. 이들 지역구에서 선전할 경우, 내심 범야권 200석 확보도 떠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당은 선거전 막판 유세 포인트였던 개헌 저지선만은 지켰지만, '참패'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곧바로 사퇴를 표한 배경이다.
이번 총선 태풍의 눈은 역시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로만 12석을 얻어 일약 제3당 반열에 올라섰다. 조국혁신당이 차지한 12석은 21대 총선에서 군소정당인 정의당(6석), 국민의당(3석), 열린민주당(3석)이 차지했던 의석을 합친 것과 똑같다. 국민은 정치 다양성을 위해 적게나마 분산했던 군소정당들의 의석을 고스란히 조국혁신당으로 몰아줬다.
이에 따라 범야권이 확보한 의석수는 총 187석이다.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의석수는 확보했지만, 당을 분산시켜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폭주하기는 힘들게 된 것이다. 절묘하다.
총선은 끝났고 대한민국은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 핵심은 이번 총선 결과를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국민이 요구하는 방향성에 부합한다. 중요한 것은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국정기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적 쇄신으로만으론 안된다. 국정 전반의 일처리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강력하게 작용한 배경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대화 없이 밀어부치기 식으로 계속되는 국정 방향과 속도 때문이었다. 국정쇄신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대화를 통한 협치의 다짐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청와대보다 더 비밀스러워 보이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와 여야를 넘나드는 대화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22대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명령이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