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 둘러싼 살인사건 재조명...“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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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삼체'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최근 중국 인기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가 공개된 가운데, 영상화 과정에서 제작진 사이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상하이 최고인민법원은 억만장자 린치를 독살한 혐의를 받는 쉬야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 8부작 '삼체'(영문 제목: 3 Body Problem)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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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억만장자 린치를 살해한 변호사 출신 쉬야오. 사진=중국 상하이 최고인민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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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사망한 중국 억만장자 린치. 사진=유주

류츠신 작가의 3부작 '삼체'는 196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과학자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주인공이 조사 중 외계의 음모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리는 SF 소설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린치는 2009년 IT · 게임 전문업체 '유주 게임즈'를 설립한 사업가다. 그는 2014년 류츠신 작가의 3부작 중 2부의 저작권과 라이선스를 구입해, 이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중국판 스타워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린치는 실제로 미국 HBO의 인기 시리즈 '왕좌의 게임'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와 협력해 넷플릭스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도 했다. 린치의 유주게임즈는 2019년 전략 게임 '왕좌의 게임: 윈터 이즈 커밍'을 개발하고 퍼블리싱한 업체다.

그러나 린치의 운명은 2017년 변호사 쉬야오를 유주게임즈의 자회사 '삼체 유니버스' 대표로 임명하면서 바뀌게 됐다. 린치는 자회사 실적이 부진하자 3년 만에 쉬야오를 자회사 대표자리에서 내리고 그의 급여를 삭감했고, 넷플릭스 영상화 프로젝트에서도 쉬야오의 이름을 뺐다.

이에 분노한 쉬야오는 복수를 계획했다. 그는 상하이 외곽 지역에 실험실을 만들고, 다크웹에서 구입한 수백 가지의 독극물을 개, 고양이 등 동물들에게 테스트해 린치를 살해할 독약을 만들어냈다.

중국 경제 잡지 차이신에 따르면, 쉬야오는 미국 인기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킹 배드'는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화학 교사가 필로폰 제조 및 판매 방법을 독학해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내용을 그린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쉬야오는 2020년 9부터 3개월 간 커피, 위스키, 물 등에 염화메틸수은을 타 사무실로 가져갔다. 독극물을 섭취하게 된 린치와 사무실 직원 4명이 쓰러지면서, 2020년 12월 18일 유력 용의자인 쉬야오가 경찰에 체포됐다.

쉬야오는 당시 범죄 자백을 거부하고 자신이 어떤 독약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전혀 시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치료가 늦어져 결국 린치는 39세 나이로 숨을 거뒀다.

특히 린치는 순자산 68억위안(약 1조 2600억원)의 젊은 억만장자로 알려진 유명인사라 이 사건은 현지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중국 매체 피닉스뉴스는 이 사건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줄거리가 기괴하고, 방법은 '브레이킹 배드'의 중국판이라 불릴 만큼 전문적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넷플릭스 '삼체'는 지난달 21일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넷플릭스 시청시간 공식 집계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삼체'는 3월 25일부터 3월 31일까지 156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고 TV쇼 영어부문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는 3위를 기록, 포르투갈, 페루, 베네수엘라, 말레이시아, 터키 등 총 93개국 국가에서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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