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행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 영향으로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옮겨간 영향이다. 반면 전체 번호이동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통신 경쟁활성화라는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알뜰폰 위기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MVNO)에서 이통사(MNO)로 넘어간 가입자수는 5만1400명으로 전월(4만3663명) 대비 17.7% 증가했다. 반면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간 가입자는 9만6771명으로 전월(10만8908명)보다 1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 순증도 2월 6만5245명에서 3월 4만7371명으로 한 달새 크게 줄었다. 알뜰폰으로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던 기존 시장 흐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작년 3월 대비 알뜰폰에서 KT로 이동한 고객은 58.3%, LG유플러스는 89.2%나 늘었다.
이는 지난달 16일부터 전환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알뜰폰을 떠나 이통사에 가입시 혜택이 커진 영향이다. 알뜰폰 유입을 이끌던 '0원 요금제' 등 프로모션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환지원금이 최대 33만원까지 오르면서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옮겨탄 수요만 늘었을 뿐 전체 번호이동 시장 활성화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총 52만4762건을 기록했다. 일수가 짧은 2월보다는 2만여건 늘었지만 1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3만5000여건 줄었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시행한 전환지원금 제도가 알뜰폰 활성화라는 기존 정책과 충돌하는 양상이다. 알뜰폰 시장 성장세가 줄면 이통3사 고착 구조를 깨는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알뜰폰 협회는 “아직 전환지원금 확대 초기인 만큼 번호이동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럼에도 지원금 규모와 기종이 확대되고 신규 단말 대기 수요가 실수요로 이어지면 알뜰폰 이용자의 이탈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주 알뜰폰 주요 사업자를 불러 전환지원금 제도 운영과 관련한 업계 건의와 애로를 청취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