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속 세포 내의 소기관들은 단백질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최근 이러한 소기관 간 대화를 매개하는 새로운 단백질 식별법이 발표됐다.
포스텍(POSTECH)은 김기문 화학과 교수·분자과학교육연구단 이아라 박사, 첨단재료과학부 성기현 박사가 박경민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이현우 서울대 화학과 교수·김종서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을 분리하고, 분석하는 전략(Ortho ID)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에서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물질을 저장하고 운송하는 소포체 사이의 접점 지역에 주목했다. 이 접점은 지질과 칼슘 등 다양한 물질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통을 매개하는 단백질의 변성은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퇴행성 신경 질환의 정확한 발생 메커니즘과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막 접점에서 소통을 매개하는 단백질을 찾아야 한다. 학계는 비타민 종류인 비오틴(Biotin)과 자연 유래 단백질인 스트렙타비딘(Streptavidin) 간 강력한 상호작용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표지하고 분석하고 있지만 단일 시스템으로는 두 세포 소기관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백질을 찾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강력한 결합력을 가진 인공 결합쌍인 아다만탄(Adamantane)- 쿠커비투릴(Cucurbituril)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나의 결합 쌍을 이용한 기존 연구와 달리 상호간섭 없는 두 결합 쌍을 사용해 두 소기관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단백질 표지 · 분석 능력을 혁신적으로 높인 것이다.
실험 결과, 비오틴과 아다만탄을 세포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백질에 빠르고 정확하게 표지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의 결합 쌍인 스트렙타비딘과 쿠커비투릴로 표적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분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소포체 접촉 기작 관련 단백질을 식별하고, 그 역할을 규명했다. 또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자체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인 자가포식 작용(미토파지)과 같은 복잡한 세포 기작에 따라 막 접점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단백질 후보군을 찾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김기문 교수는 “이 기술은 세포 내 다른 소기관 간의 소통 탐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기존 연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복잡한 세포 소기관 상호작용을 더욱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저명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