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이 길어지면서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배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그룹은 이날 온라인 게시판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올렸다.
병원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은 부득이 비상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환자 안전을 위해 교직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 달라”며 “여러분의 헌신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이겨왔다. 이번 위기 또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자”고 협조를 당부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로 만드는 등 의료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왔다. 본원은 전체 60여개 병동 중 10개가량을 폐쇄했으며 병동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은 “병원이 노동자와 함께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급휴가 등으로 고통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날 세브란스병원 앞에서는 19개 서울지역 수련병원 노동자 대표들이 모여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사태인데, '비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병동 폐쇄와 함께 수백 명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무급휴가로 내몰리며 일방적인 임금삭감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고통분담이 아니라, 분명한 '고통전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대 의과대학을 방문했을 당시 총리에게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문제지만 현 의료 대란은 정부의 책임이니 의사 수만 늘리지 말고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발표해달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상경영 선포로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에게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