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물가대책의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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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사과'가 민심을 흔들었다. 대통령부터 물가당국인 기재부는 물론 농식품부 장차관들은 연일 마트와 농가를 찾아 물가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약속했다.

정부가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 행사에 1500억원 규모 안정자금을 투입하면서 가격은 전월 대비 상승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사과 가격은 2월(70%)에 이어 3월에도 88% 상승했다.

물가당국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옮겨가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 재정을 투입한 것이다. 사과가 국민 과일이고, 최근 같은 가격 상승을 본 적 없는 점도 재정당국이 나선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장에 맡겼다면 어땠을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슷한 논란은 유류세 인하 때도 겪었다. 유가가 상승하면 차량 이용이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소비를 줄일 것이고, 정부는 화물차처럼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는 쪽에 집중해서 지원하면 된다는 견해가 있었다. 결국 정부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이쯤되면 매번 품목별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것이란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른바 물가대책의 학습효과다. 공급 측에서는 생산 효율화를 통한 생산비 감소로 가격을 낮추기보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소비자는 대체재를 찾거나 소비를 줄이기보다 할인지원을 기다리게 된다.

이상기후로 인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은 앞으로의 '뉴 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사과였지만 내년에는 어떤 품목에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그 때마다 무작정 재정을 지원할 수는 없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력이 성공해 유통구조가 개선되는 게 진정한 의미의 물가대책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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