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파'와 공감 능력

최근 정치권 이슈 가운데 하나가 '대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을 875원이라고 언급한 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한 주 내내 대파로 치고받았다.

꺼져가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시정 국민의힘 후보였다. 이 후보는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은 한 단이 아닌 한 뿌리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이후에도 그는 '대파 두 단이 5000원밖에 안 한다'면서 이른바 '대파 격파 영상'을 올렸다. 논란이 되자 이를 삭제한 뒤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본질은 태도다. 국민이 대파 가격에 분노했던 이유는 민생을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 인사의 부족한 현실인식이라기보다 논란 이후 태도 탓이었다. 처음으로 대파 논란이 나왔을 때 '특정 마트가 아니더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 물가를 잡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더욱 세심히 살피겠다'는 위로와 사과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이 화가 난 지점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대통령의 발언이 맞다'는 취지로 어설픈 방어를 하다가 자살골을 넣은 꼴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는 각종 방송을 통해 '심리학자'로 명성을 쌓았다.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 기대 역시 각종 방송을 통해 심리학자로써 쌓은 신뢰감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 사건 이후 범죄자의 심리는 읽어도 국민의 심리는 헤아리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선거철에 판을 뒤흔드는 건 정책이 아닌 '막말'이다. 선거와 투표에서 '이성'의 영역 만큼이나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여야 지도부가 이른바 '막말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이 이성적이라는 착각 속에서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에도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Photo Image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