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를 세워 고객 돈 수십조원을 빼돌린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예상보다 낮은 형량을 받으면서 이와 비슷한 혐의를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역시 미국행이 결정되더라도 낮은 형량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이날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10억 2000만 달러(약 14조 86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뱅크먼 프리드는 지난 2019년,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하고 이를 44조원 가치까지 성장시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가상자산의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나 2022년 11월 갑자기 파산신청을 했다.
이후 그와 회사 임원들이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고, 이를 개인 투자금과 정치자금으로 써 온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뱅크먼-프리드는 28일 최후 진술에서 고객과 투자자, 직원들을 실망시켰다며 사과했지만, 판사는 “이 사람이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그것은 결코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다만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40∼50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에게 선고될 수 있는 법정 최고 형량은 징역 110년 형이었으며, 연방 보호관찰관은 징역 100년형을 권고한 바 있다.
앞서 뱅크먼-프리드 측 변호사는 징역 5년~6년 반을 제안했다. 악의를 품고 내린 결정이 아닌, 수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으며, FTX 투자자들이 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카플란 판사는 이런 주장에 결함이 있으며 FTX 고객들이 약 80억달러(약 10조7960억원), FTX의 투자자들이 17억달러(약 2조2942억원),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알라메다리서치 헤지펀드 대출기관들이 13억달러(약 1조7544억원)를 각각 잃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 제기된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뱅크먼-프리드가 받은 형량이 근래 화이트칼라 범죄자에게 부과된 형량 중 가장 길었다고 전했다.
모범수와 여러 혜택을 다 받게 되면 실제 형기는 이보다 낮은 12.5년이 될 수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직 연방 검사를 인용해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