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절감 첨병 역할을 해온 알뜰폰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추진과 번호이동 지원금 확대에 따라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알뜰폰 가입자수는 884만7562명으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5.7%를 차지할 정도로 몸집은 커졌지만 질적성장은 더디다. 정부는 풀MVNO 육성을 위한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과 전파사용료 형평성 제고 등 실질적 지원책을 종합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내용을 담은 전파법 개정안은 다음달 시행된다. 2022년 도매제공 의무제가 일몰되면서 작년에는 도매대가 산정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도매대가 인하율이 0%로 마무리된 것은 알뜰폰이 등장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알뜰폰은 수익성 확보와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 알뜰폰 활성화 핵심은 'LTE 도매대가 인하'
알뜰폰 업계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도매대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알뜰폰 대부분을 차지하는 롱텀에볼루션(LTE) 도매대가 인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LTE의 경우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대부분 종료된 만큼 이동통신사(MNO) 입장에서도 도매대가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 망 기준 LTE 도매대가 요율은 46.9%다. 2020년 47.6%에서 2021년 47.2%, 2022년 46.9%로 인하율이 너무 낮다는게 알뜰폰 업계 불만이다. 그마저도 LTE 주력요금제인 11GB(11GB+일2GB) 구간 도매대가율은 50%로 2019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LTE 주력인 11GB 구간을 비롯해 LTE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진다면 즉각적인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TE 도매대가율이 7.6%포인트(P) 큰 폭으로 인하된 2017년 경우 가계통신비도 1만8500원 낮아지며 즉시 영향을 받았다.
현재 도매대가 산정 방식은 소매 단가에서 마케팅·고객관리(CS) 등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하는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이다. 지금 방식으로는 풀MVNO가 되더라도 설비 투자비를 보전받기 어렵다. 정부는 통신망 원가에 최소한의 이자비용만 더하는 코스트플러스 방식이나 자체 설비를 구축한 알뜰폰에게는 상호접속 방식 적용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 5G 활성화 위해서는 QoS 의무제공 뒷받침 필요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에서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3만원대 5G 저가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5G 시장에서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업계는 현행 60% 수준인 5G 도매대가율을 LTE와 유사한 40.5~53%대로 낮춰야한다고 본다.
데이터 소진 후 무제한 사용하는 서비스품질유지(QoS) 의무제공도 필요하다. MNO는 알뜰폰에 5G QoS 제공을 꺼리고 있다. 알뜰폰이 자체 구성하는 5G 종량형(RM) 요금제에는 QoS를 제공하지 않거나 400Kbps 수준에 그친다. 5G 고가 요금제를 수익배분형(RS)으로 제공받을 경우에만 1Mbps 이상의 QoS가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5G 시장 경쟁력을 갖추려면 1Mbps 이상의 실효성 있는 QoS 의무제공을 통해 5G 저가요금제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QoS 불만을 해소함과 동시에 5G 선택권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파사용료 형평성 개선·사후규제 보완책 마련 시급
알뜰폰 사업자들은 도매대가와 별개로 MNO에 지불하는 추가비용에 대한 제도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먼저 인프라대가의 이중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입자당 월 800원 수준의 인프라대가는 알뜰폰이 고객 가입과 요금 과금 등을 위해 MNO 전산시스템을 이용하는 대가에 해당한다. 도매대가 산정시 MNO 소매요금에서 회피가능 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만큼, 이미 전산시스템 이용에 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전파사용료 부과 형평성도 요구된다. 전파사용료는 주파수와 같은 전파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관리세다. 알뜰폰과 이통사 모두 가입자당 분기별 1260원 수준의 전파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대비 이통사는 1%, 알뜰폰은 3% 수준이다. 전파사용료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알뜰폰 입장에서 재무적 부담이 더 크다.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내년에는 20%, 2026년 50%, 2027년부터는 전액 납부해야 한다. 내년부터 알뜰폰 사업자들의 비용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과 규모를 고려한 전파료 차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2분기부터는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정부의 사후규제에 따라 사업자간 개별 협상으로 전환된다. 협상력 열위에 있는 알뜰폰 입장에선 도매대가 인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협상력 보완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도매대가 산정시 기준이 되는 MNO 원가정보를 공개하는 등 사업자간 동등한 지위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