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저탄고지'로 불리는 케토제닉(이하 '케토') 식단을 치매에 걸린 생쥐에게 먹이자 초기 기억력 감퇴가 상당히 지연된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뉴로사이언스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수의과대 지노 코르토파시 교수팀은 이날 네이처 그룹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 케토 식단과 일반 식단을 7개월 간 먹인 비교 실험으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케토 식단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적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저탄고지'로 불린다.
케토 식단은 몸의 주연료인 포도당 대신 지방을 태우고 에너지를 위한 케톤(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 성분)을 생산해 신진대사를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케토 식단을 섭취한 쥐의 수명이 일반 식단을 한 쥐보다 약 13%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추가 동물 연구를 통해 케토 식단 섭취 시 다량 분비되는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이하 'BHB')가 알츠하이머 초기의 기억력 감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은 총 7개월 간, 케토 식단을 먹은 치매 쥐와 일반 식단을 먹은 치매 쥐를 비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케토 식단 쥐에서는 뇌의 모든 신경 세포를 연결하는 작은 구조 '시냅스'의 기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케토 식단 섭취 생쥐의 뇌 해마에서는 치매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Aβ)수준이 변하지 않았으나 혈중 케톤 지표인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는 거의 7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교신저자인 UC 데이비스 병리학과 이즈미 마에자와 교수는 “뇌의 시냅스 기능을 개선하는 BHB의 놀라운 능력을 확인했다”며 “뇌 신경 세포가 더 잘 연결되면, 경도 인지 장애와 기억력 문제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코르토파시 교수는 “이는 BHB가 초기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결과는 케토 식단, 특히 BHB가 가벼운 인지 장애를 늦추고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이어 생쥐 모델은 사람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한다며 케토 식단과 BHB는 각각 승인된 식이요법 및 영양보충제이기 때문에 MCI 단계 알츠하이머병과 치료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한 케토 식단이 쥐의 기억 형성과 관련된 생화학적 경로를 증가시키는 것을 발견하고, 수컷보다는 암컷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