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 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5〉연결의 인큐베이터

Photo Image
연결의 힘을 주제로한 SK텔레콤 광고(왼쪽)과 문화계의 연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김민기 학전 대표의 앨범 표지.
Photo Image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동숭동의 소극장 학전 블루가 지난 15일 폐관했다. 그린이 문을 닫은 지 10여년만이다. 김민기 학전 대표는 암 투병 중이다.

학전은 배우 황정민·설경구·장현성·방은진을 위시해 가수 유재하·윤도현·전인권(들국화)·유리상자(박승화)·여행스케치(조병석)가 거쳐 간 등용문이었다. 이들은 티켓을 팔거나 포스터를 붙이는 무명 시절을 거쳤다.

2015년 '연결의 힘'을 주제로 한 SK텔레콤 광고에는 고(故) 김광석이 등장한다. 아이유와 듀엣을 부르기도 하고 일반 모집한 가사로 미완성 곡을 완결 짓는 이벤트도 펼쳤다. 김민기 대표는 가수가 되겠다는 그를 말렸지만, 서태지의 등장으로 통기타 음악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학전 재정 상태도 악화했던 시절, 장기흥행한 그의 라이브 공연은 가뭄의 단비가 됐다.

TV 토크쇼 콘서트의 원천이기도 하다. 추모비가 학전 건물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연이다. 매년 1월 6일 '김광석 노래 부르기' 추모 행사가 열려왔다.

이와 같이 학전은 문화계에서 마치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했다. 김민기 대표는 평상시 “여기는 조그만 곳이기 때문에 못자리 농사다. 추수는 큰 바닥으로 가서 거두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독일 뮤지컬을 각색한 '지하철1호선'은 15년이나 흥행했지만, 아동극으로 대체됐다. “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지, 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대로다.

필자가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스카우트 모임인 75대 인애단(仁愛團)에서였다. 민기 형. 나이 차이는 크지만,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모임은 종로 YMCA를 시작으로 단원 집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활동과 캠핑은 좋은 추억이자 경험으로 남아 있다.

영화·음악에서 '연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김 대표의 음률은 기타 코드를 집던 내 손가락 마디마디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프라인에서 김광석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은 것은 김민기 대표였다. 온라인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은 인공지능(AI)과 통신의 연결의 힘이다. 디지털 시대 연결의 인큐베이터인 AI와 통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