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생산 앞두고 '노조 리스크' 급부상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현지 전기차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노조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났다.

전기차 신공장 가동을 서두른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노동조합 결성 등 노조 리스크는 중대한 경영 변수다. 당장 노조 설립 과정에서 크고 작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가 계속될 경우엔 인건비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최대 규모 완성차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역대 최고 실적에 맞는 보상을 받아주겠다며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스탠드 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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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 공장 노동자들이 UAW 가입을 독려하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앞서 UAW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6주간 노조 파업을 유도, 4년간 25% 인상 인상을 이끌었다. 빅3 노조가 동시 파업으로 임금을 인상한 최초 사례다.

빅3의 동시 파업 파급효과는 노조가 없던 다른 완성차 업체로 전가됐다. 현대차를 비롯 토요타, 혼다 등은 빅3의 파업 이후 현지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9∼14%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UAW는 지난해 파업 승리 여세를 몰아 올해 현대차와 기아 등 노조가 없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 노조 가입 캠페인에 착수했다. 지난달 UAW가 발표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노조 가입률은 30% 이상이다. 기아 역시 최근 노조 가입률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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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 웹사이트에 별도로 개설한 현대차 노조 가입 페이지.

UAW는 현대차·기아 노동자에게 '30-50-70'이라는 노조 설립 세부 전략을 제시했다. 전체 노동자의 30%가 노조 가입 카드에 서명하면 조직위원회를 구성, 노조 결성을 발표한다. 50%가 넘으면 UAW가 지역사회, 동맹 노조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70%에 이르면 회사에 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10월 가동할 방침이다. 이곳에서는 아이오닉7을 포함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6개 차종이 생산된다. 공장 가동을 최대한 서두르는 것은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본지 2월 14일자 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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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UAW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현대차·기아엔 악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빅3 동시 파업 당시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파업 현장을 찾아 피켓 시위에 동참하며 노조에 힘을 실었고, UAW는 바이든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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