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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전기차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차(EV)에 사용되는 배터리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이후 전기차가 폐차될 때 발생하는 사용 후 배터리 양이 점차 늘어나면서 재사용, 재활용 산업이 각광받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EV 배터리 리유즈&리사이클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국제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2001년 휴대폰에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시작해 이후 정부부처 지원을 받아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20년 넘게 수행해 왔고, 그 연구 결과를 국내 기업들에 기술 이전하고, 차세대 재활용 연구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배터리 재활용산업이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폐배터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 재활용, 재사용, 재이용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 9월 발표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플라스틱 열분해 및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라는 자료에서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재제조는 배터리를 본래 성능으로 복원해 전기차에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재사용은 에너지저장장치(ESS)·비상전원 공급장치(UPS) 등으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재활용은 배터리로부터 리튬·코발트·니켈 등 유가금속을 회수해 다시 배터리 원료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국제적으로도 2023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발표한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재이용에 대한 안내서 초안에서 재활용(recycling), 재사용(reuse), 재이용(repurposing)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하지만 재사용과 재이용은 일반적으로 사용과 이용을 혼용해 쓰는 경우가 많아 두 단어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의미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사용은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이용은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이라고 정의돼 있다. 결국 사용(使用)과 이용(利用)의 가장 큰 차이는 利(이로울 이)의 의미에 따른 이익이나 이득이 되는지 여부다.

사용과 이용에 대한 정의 차이를 배터리에 적용해보면 재사용은 전기차에서 사용하고 배출된 배터리를 그대로 같은 용도(골프카트·전기화물차 등)로 다시 쓰거나 배터리 팩을 해체한 후 일부 부품을 교체해 원래 성능으로 복원(재제조)해 전기차용으로 다시 쓰는 것, 재이용은 전기차에서 사용하고 배출된 배터리를 그대로 또는 재제조 과정을 거쳐 ESS·UPS 등으로 다르게 쓰일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배터리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개념을 검토하고 관련 법령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 곳곳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폐배터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폐기물 즉 폐플라스틱, 폐가전제품, 고철 등의 재사용·재이용·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자원순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자원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은 우리나라의 자원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jss@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