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이탈' 대응 매달 1800억원 건보 재정 투입…'의료공백' 해소 총력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대란' 해소를 위해 매달 18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앞으로 간호사들도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입까지 허용하는 등 '의료공백' 해소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월 1882억원 규모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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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우선 정부는 비상진료 기간에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한다. 경증환자를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인상한다. 경증환자 회송 보상은 기존 대비 30% 올리는 등 이미 한 차례 인상했는데, 아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고려해 30∼50%로 추가 인상한다.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 진료시 지원하는 정책 지원금도 신설한다. 진료할 때 줄 정책 지원금도 신설한다.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일반 병동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응급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보상도 강화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했다. 예비비는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 대체인력을 배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의료 이용·공급체계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6일 오전 11시 현재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1219명(91.8%)으로 확인됐다.

이는 4일 오후 8시 기준 근무지 이탈자(레지던트 1∼4년차 8983명)보다 2000명 늘어난 수치다. 4일에는 계약일이 겹쳐 파악이 어려웠던 인턴들을 제외했기 때문에 6일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현장점검 결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미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근무 이탈자에게 이달 5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 미복귀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달리 처분할지는 향후 처분 단계에서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며 “전공의 분들이 조속히 복귀해서 본인의 불이익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고, 또 필요한 분들이 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의료 현장에서 큰 혼란 없이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달 6일 12시 현재 응급실 일반 병상 가동률은 2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1% 수준으로, 집단행동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5대 병원의 중환자실은 축소 없이 운영되고 있고, 응급실도 중증환자 위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도 공개했다.

지침에 따르면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의료기관의 교육·훈련 의무를 명시했다. 전문간호사는 추가로 자격시험을 따로 통과한 간호사를, 전담간호사(가칭)는 흔히 말하는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뜻한다.

이번 보완 지침은 건강 문제 확인·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총 10개 분야에서 98개 진료지원 행위를 구분해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정했다. 98개 행위는 그동안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한 '회색 영역'에 속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앞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를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의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또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는 수술 부위 봉합 등 수술행위에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간호사는 중환자 대상 기관 삽관도 할 수 있다.

이번 지침은 종합병원과 전공의들이 속한 수련병원의 간호사들에게 적용된다. 수련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업무범위를 설정한 뒤 복지부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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