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 루나 폭락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송환 결정에 항소하면서, 한국행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웹사이트를 통해 “피고인 권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재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0일 권 씨의 미국 인도를 결정하면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한국의 요청 문서가 도착하기 하루전인 지난해 3월 27일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항소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이 형사소송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항소법원은 “한국이 몬테네그로 외교부를 통해 지난해 3월 27일 임시 구금을 요청하고, 하루 뒤 인도 요청과 함께 주한대한미국대사관의 서한을 전달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 법무부는 당월 24일자로 영문 인도 요청서를 보냈고, 26일 몬테네그로 언어로도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심 법원은 이 행위를 인도 요청과 연계하지 않았다. 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국제 법률 지원을 받고 요청이 접수 확인되는 전자 수단으로 제출된 경우,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15일 이내에 요청 원본을 제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권 씨의 한국 인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권 씨측은 고등법원 결정에 따라 미국행이 결정됐을 당시 한국행을 주장하며 항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권 씨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한국 재판이 훨씬 유리하게 작용해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되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지난 2022년 4월 도주한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되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 그의 송환을 요청했다. 여론은 그가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