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굵직한 행사가 많았다. 1월 초 열린 CES부터 2월 초 세미콘 코리아까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새로운 시대로의 대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기술들이 각축을 벌였다. 최근 AI가 급부상하며 반도체가 산업과 외교의 중심부에서 국가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가 현대 문명의 발전을 견인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AI가 열어가는 새로운 시대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오고 많은 기회를 창출한다. 그러나 기회 실현을 위한 선결 과제들이 있다.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반도체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미 인간의 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옴스트롱(Å) 단위에서 깎고 쌓고 필요에 맞게 패키징하는 수준이지만, 성능 고도화 여지는 아직도 많다. AI는 인간의 뇌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뇌 수준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미국 가정 수백가구의 1년간 사용 전력을 소비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과 고성능 칩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급증하고 있다.
난제가 있다고 혁신이 멈추는 법은 없다. AI가 견인하는 반도체 시장은 2030년에 1조달러 시대에 접어든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현재의 2배 이상인 규모다.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설비와 인력, 지속가능성 관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시스템 혁신은 불가피하다.
첫 번째, 산학 연대 구축을 통한 인재 개발이 필요하다. 이공계 인력난은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2030년까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기업이 인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램리서치 역시 중학생 대상 코딩 교육부터, 고등학생 대상 글로벌 로보틱스 경진대회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 대학생 대상 반도체 아카데미 등을 운영해 왔다. 또 여러 대학교와 협력해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기초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이공계 교육을 강화해 인재 양성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함과 동시에, 반도체를 공부한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학과 학생들이 업계로 유입되도록 하는 프로그램 활성화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반도체 생태계 확립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파트너십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공급자 데이터베이스를 체계화하고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드는 데도 크고 작은 300개 이상의 공정을 거친다. 램리서치 반도체 제조 장비에도 60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램리서치는 국내 기업과 협업해 지난 10년간 부품 국산화율을 4배 이상 늘려왔다. 국산화한 장비·부품들로 생산한 기기는 작년 5월 1만호기를 돌파했다. 외국계 기업이지만 국내에서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제조하고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적 지원 강화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유럽 등이 자국 투자 유치와 산업 기반 확대를 위해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 최고 기업들을 보유한 중요한 국가다. 산업 인프라와 정책적 지원 시스템, 경쟁력 있는 인력 파이프라인까지 갖춘다면 반도체 1조달러 시대가 가져다주는 큰 기회를 국가적 성장의 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램리서치는 전략적 국내 투자와 함께 장비 지능화·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향상함으로써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국 고객사 가까이 연구시설을 갖추고 실리콘밸리 본사의 연구소와 가상의 연구개발(R&D)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개발·테스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생산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했다.
새로운 시대가 오는 대전환의 시기다. 변화의 시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한국 반도체업계가 대전환의 시기를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joon.park@lam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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