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른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공정위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구글과 같은 플랫폼 대기업을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들 기업이 공정위가 부당 행위로 지정한 일정 행위를 하면 경쟁제한성, 즉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경쟁제한성이 없음을 해당 기업이 증명하지 못하면 엄벌하겠다는 것이다.
학계와 관련 업계는 이 법안이 오히려 플랫폼 시장에서 공정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부당한 사전규제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공정위는 언론에 업계와 학계가 법안을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법안을 만들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말한 법안 도입 취지는 플랫폼 독과점 대기업 부당행위 금지와 공정 경쟁이지만 이는 그럴듯한 프레임일 뿐이다. 프레임을 벗겨낸 실체는 공정위가 지정한 플랫폼 대기업을 마음대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 퇴행적이고 후진적인 시대착오적 법안이다. 그래서 학계와 관련 업계가 반대한 것이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규제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대기업의 어떤 사업활동을 부당한 독점력 남용인 경쟁제한행위로서 금지해야 하는지는 사전에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엄밀한 관련 시장 분석을 통해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경쟁제한 효과를 공정위가 객관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만 사후적으로 금지하고 제재하는 것이 경쟁법의 근본 원칙이다. 이런 원칙이 무시되면 공정위 공무원 마음대로 기업을 규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공무원 눈치를 보며 사업 활동을 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쟁과 혁신이 어떻게 가능하고 무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겠는가 묻고 싶다.
또 공정위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서 부당 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운 행위는 부당 행위가 아니다. 예컨대 자사 우대 행위란 어떤 회사가 자기 상품 판매를 제일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굳이 자사 우대 행위라는 말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부당 행위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자사 우대 행위라는 말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부당 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공정위는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경쟁제한성 없음을 기업이 증명하면 제재하지 않겠다고 했다. 즉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범죄자로 처벌 받지 않으려면 자기가 범죄자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대기업을 빨리 규제해야 해야 공정 경쟁이 보장된다며 규제 대상을 미리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덩치 큰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으니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서 감시하겠다는 것과 같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겠다는 현 정권에서 어떻게 이런 발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정부 정책으로 공표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공정위가 원용한 유럽연합 디지털시장규제법은 토종 플랫폼 육성을 위해 미국 플랫폼 대기업을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공정위 법안은 한국 토종 플랫폼 대기업을 미리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라서 이해할 수 없다.
공정위가 원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자의적인 규제로 인해 플랫폼 경제에서 경쟁, 혁신, 투자, 성장이 저해돼 결국 청년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경제법을 평생 연구해 온 학자들이 공정위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다. 최근 여당이 비판 여론을 인식했으나 공정위는 속도 조절은 하되 법안 포기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플랫폼 경제의 앞날이 걱정이다.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inyul_ju@pusan.ac.kr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