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검거 11개월, 도피 22개월만에 미국으로의 송환이 결정됐다.
2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매체인 포베다(pobjeda)에 따르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금융 범죄 혐의로 기소된 권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모두 권씨의 송환을 요청했으나, 한국의 요청을 기각하고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선 판결에서 법원은 권씨의 범죄인 인도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며,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에게 우선권을 부여할 권리를 줬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에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 주체가 돼야 하지만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이 결정 주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권 씨측 변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도 법률적인 근거를 들어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폈다. 이와 함께 순수하게 법률에 근거하면 권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로비치 장관은 권 씨를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맞섰다. 그는 “미국은 우리의 주요 외교 정책 파트너”라며 “우리는 향후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틀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양자 범죄인 인도 협정에 서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한 법원의 이번 결정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권씨는 전 세계 피해 규모가 5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갔으나, 지난해 3월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문서 위조로 체포됐다.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과 미국 모두 그의 인도를 요구해 어디서 재판을 받을 지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그가 미국으로 송환되길 원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씨와 함께 검거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돼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