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장진아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와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가 전남의대와 성균관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돼지 뇌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ECM)을 바탕으로 뇌 모델 제작에 필요한 기질(matrix)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에 최근 게재됐다.
현재 뇌 유래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뇌 장기유사체 모델을 제작할 때 마트리젤이 기질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뇌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뇌에서 유래한 ECM(BdECM)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람의 뇌는 수급이 어렵고, 매트릭스를 만드는 공정인 탈세포화 과정의 수율도 매우 낮다. 또 동물에서 유래한 BdECM은 세포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돼지에서 유래한 BdECM(P-BdECM)에 라미닌을 강화해 뇌의 미세한 환경을 재현했다. 라미닌은 탈세포화 과정에서 유실되는 단백질 중 하나로 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관여한다. 실험 결과, P-BdECM은 사람에서 유래한 BdECM(H-BdECM)과 단백질 조성과 기능이 매우 유사했으며, 라미닌은 P-BdECM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단백질과 시너지 효과를 내 뇌 신경세포 생존과 분화를 촉진했다. 또,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기질 내에 세포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면역 인자도 제거되었음을 확인했다.
조동우 포스텍 교수와 조한상 성균관대 교수는 “뇌의 병태생리학적 환경을 정교하게 재현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치매·다발성경화증과 같은 난치성 뇌질환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할 뇌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Bio&Medical 기술 개발 사업',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범부처재생의료사업단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등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에는 기계공학과 배미현 박사, 김형석 전남의대 교수, 조한상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통합과정 후이엔 응오 씨 등이 참여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