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K팝 위기론' 확산…과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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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가 'K팝 위기론'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K팝 시장이 2023년 정점을 찍고 이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으로, 그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지표가 바로 앨범 판매량이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2023년 5월 11일을 전후로 앨범 판매량을 살펴보면 많은 K팝 스타들이 최고점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 역시 'K팝 위기론'에 부응해 부정적 전망의 리포트를 내놓기 시작했고, 여기에 반응한 주주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주요 엔터사들의 주가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K팝 위기론'이 확산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K팝 위기론'은 막연한 공포 분위기 조성에 불과하며 지금의 시장 평가는 가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들이 'K팝 위기론'을 허구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재미있게도 'K팝 위기론'과 마찬가지로 '앨범 판매량'이다.

'K팝 위기론'이 대두된 가장 큰 이유는 '앨범 판매량의 감소'이지만, 'K팝 위기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발생한 오해라고 지적한다. 앨범 판매량이 K팝 가수들의 팬덤의 규모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인 건 부정할 수 없으나, 최근의 앨범 판매량 감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이벤트가 온라인 이벤트로 대체 되자 참가를 노린 팬들이 대량으로 앨범을 구매하면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고,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오프라인 이벤트가 부활하자 자연스럽게 그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 지에 대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발 앞서 이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터차트를 운영 중인 한터글로벌에 협조를 받아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사실에 가까운지 확인해 보았다.

◇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앨범 판매량

지금과 같이 K팝이 크게 성장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로의 입출국은 물론 공연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팬들의 수요는 온라인 이벤트로 쏠리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앨범 판매량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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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스트레이키즈의 사례를 살펴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9일 발매된 스트레이키즈의 미니5집 'Clé : LEVANTER' 앨범의 경우 누적 판매량이 약 15만 2000여 장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이후 급격하게 앨범 판매량이 늘어나 2023년 6월 2일 발매된 정규 3집 '5-STAR'는 479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다른 예로 세븐틴을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월 발매된 정규 3집 'AN ODE'는 누적 판매량이 82만 3000여 장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기 직전인 2023년 4월 발매된 미니 10집 'FML'은 약 566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인 2023년 11월 10일 발매된 스트레이키즈의 '樂-STAR'의 판매량은 약 370만 장으로, 전작과 약 100만 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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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100만장이라는 큰 차이가 발생한 만큼, 시장의 규모가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370만 장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정규앨범과 미니앨범의 차이, 세계적인 경기불황, 오프라인 이벤트의 부활 등을 감안하면 이를 곧바로 시장의 축소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특히 후자를 주장하는 쪽은 '위기론'의 반례로 세븐틴의 사례를 든다.

세븐틴이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인 2023년 10월 발매한 미니 11집 'SEVENTEENTH HEAVEN'의 누적 판매량은 약 530만 장으로 전작과 크게 차이가 없으며, 전작 'FML'이 6개월 먼저 발매된 것을 감안하면 최종 판매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SEVENTEENTH HEAVEN'의 초동 판매량이다. 'SEVENTEENTH HEAVEN'의 초동 판매량은 약 509만 장으로 전작보다 오히려 50여 만장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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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판매량의 감소가 'K팝 위기론'의 주된 근거라면, 세븐틴의 사례는 반대로 'K팝 호황론'의 주된 근거가 될 수 있다.

◇ 현재의 앨범 판매량 감소는 정상적인 범주…성장세 이어질 것

실제로 한터 빅데이터 연구소 분석 결과를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앨범 판매량과 비교할 때 지금의 앨범 판매량 감소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정상적인 범주로 보인다.

한터차트를 운영 중인 한터글로벌의 곽영호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당시, 공연이 금지되자 모두가 업계가 크게 위축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콘서트나 팬미팅과 같은 돌파구를 찾아내면서 오히려 역대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냈다"라며 "앨범 판매량이 최고점을 찍은 시기에는 온라인 이벤트에 더해 오프라인 이벤트도 조금씩 부활을 하면서 그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이벤트가 완전히 부활한 작년 말과 올해는 오프라인 이벤트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의 앨범 판매량 감소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맞고, 정상적인 범주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2024년은 공연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에 음악 산업 자체는 그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음악 산업의 매출액 추이를 살펴 보면 더욱 힘을 얻는다. 2019년 약 5000억에 불과했던 음악 산업은 4년 만에 6배가 넘게 성장해 2023년에는 3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본격적으로 공연 시장이 부활한 2024년에는 이보다 더 높은 매출액의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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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예로 든 스트레이키즈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한 '5-STAR 돔 투어'에서 약 34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높은 관중동원력을 입증한 바 있다.

세븐틴 역시 지난해 약 70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으며, 오는 3월 ‘SEVENTEEN TOUR FOLLOW AGAIN’이란 이름으로 앙코르 투어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 투어에 돌입한 에이티즈는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진행한 'THE FELLOWSHIP: BREAK THE WALL' 투어에서 약 4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어 새로운 투어에서도 이전 투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곽영호 대표는 "단적인 예로, 한터뮤직어워즈의 투표 참가자 수만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불과, 5년 전 케이팝을 주로 소비하는 국가는 10여개국 이하였으나, 현재는 40여개국 이상이다. 팬덤의 확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K팝 시장의 파이는 엄청나게 커진 상태고, 지금보다도 더 커질 여지도 많이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K팝 위기론'은 너무 한 쪽 면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