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렸지만 '리오프닝' 없었다…면세점 지난해 매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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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경.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이 3년 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과 함께 하늘길이 열리면서 방문객 수는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낮은 객단가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단체 관광객(유커) 등 핵심 고객층 매출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했던 지난 2020년을 포함해 최근 7년새 최저치다.

외국인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면세점 내국인 매출은 2조6859억원으로 전년 대비 88.3% 증가했지만 외국인 매출은 11조726억원으로 32.4%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외국인 매출과 비교하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방문객 수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면세점을 찾은 방문객 수는 2208만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내국인 방문객은 1606만명으로 73.7% 증가했으며 외국인 방문객은 602만명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2019년(4844만명)과 비교하면 전체 방문객 수는 아직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다이궁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한 번에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법인형 다이궁은 지난 2020년 하늘길이 막힌 이후 면세점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업체 간 송객수수료 경쟁이 과열되자 관세청은 지난해 초부터 주도적으로 송객수수료 인하를 유도했다. 다이궁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4% 증가한 912억원을 기록했다. 면세(TR) 부문 영업이익이 224억원으로 163.5%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TR 매출액은 2조9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2% 감소했다.

다이궁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던 유커 효과는 아직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대규모 모객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 개별 관광객(싼커), 동남아시아 관광객 등을 공략하며 매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단체 관광 상품과 혜택을 준비하려면 올해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개별 관광객 공략, 국내 충성 고객 육성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