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을 벤치마킹한 일본은 단말기 지원금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완화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여력을 확대하되, 과도한 지원금 경쟁과 이용자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장 환경이 유사한 양국이 지원금 규제와 관련해 영향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원금 규제를 개정했다.
일본 지원금 규제는 △지원금 공시제도 △지원금 상한선 규제 △백지 위약금 금지 등이 골자다. 지원금 공시제도를 통해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단말기는 지원금을 기종·요금제별로 균일하게 지급해야 한다. 지원금 상한은 8만8000엔(약 80만원)을 초과하는 기종에 대해서는 이통사가 지원금을 최대 4만4000엔(약 4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하 기종은 단말 가격의 50%를 초과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
이른바 '백지위약금'을 통한 위약금 면제, 약정기간 후 단말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우회지급하는 방식도 금지한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는 이동통신사에만 해당되며, 단말 제조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본은 이전까지 명목상 지원금 상한선이 2만2000엔으로 제한했지만, 이통사는 다양한 우회경로로 지원금 경쟁을 벌여왔다. 총무성은 지원금 규제를 실질화시켜 이용자 차별을 막고, 이통사 투자 재원을 5G 투자로 전환하려는 의도로 법령을 개정했다.
일본은 지난 2019년 지원금 규제 핵심 내용을 한국 단통법에서 벤치마킹했다. 일본은 옛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자료를 요청해 연구하는 등 과정을 거쳐 2019년 별도 법안 제정 대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일본판 '단통법'을 도입했다.
일본의 규제 개선은 한국정부에도 참고사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이 지원금 규제를 개선해나가는 동안 한국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앞서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했다. 이번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면서도 불법 바가지판매와 같은 이용자 차별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시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에 지원금 관련 규정을 신설, 5G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단통법 폐지의) 부작용적 요소도 다 검토할 계획”이라며 “과도한 출혈경쟁,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규제가 가능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