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ESG와 남성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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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ESG센터장

작년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에서 처음으로 남성 변호사가 육아휴직을 하는 일이 있었다. 남성 변호사의 육아휴직은 아직 드문 편이라, 법조계에서 큰 관심을 얻었고 얼마 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일·가정 양립 법조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법률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로펌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보장하고 있지만, 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 문제, 대체 인력 채용의 어려움, 복직 이후 업무 적응을 위한 지원 등을 해야 하므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개인도 경력단절이나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남성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2년 육아휴직자 중에서 남성의 숫자가 5만4240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매년 우리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소개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도 '요즘 아빠, 없던 남편'을 올해의 키워드로 뽑았다. '요즘 아빠'들은 자녀와 함께 유치원이나 학교,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육아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육아에 필요한 물품을 쇼핑하는데 익숙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와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인해 남성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추세다.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지 않으면 결혼생활도 위태로워진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은 직원들이 육아에 참여해 일·가정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시간, 가족돌봄 휴가 등 일·가정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육아휴직 지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이러한 이유로 ESG에서는 육아휴직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의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육아휴직이나 가족 돌봄 휴가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ESG평가 점수도 높게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출산·육아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를 보면 일부 대기업은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거나,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재택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육아휴직자의 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이러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사례를 보여준다면,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육아휴직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라는 통념 때문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뒷받침과 함께 육아휴직이 직원 개인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사회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

직원이 근무하기 좋은 직장이 되어야 소속감과 신뢰감도 높아지고, 창의력과 적극성을 발휘하므로 생산성도 향상된다. 대외적인 평판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나, 기업의 다양성·평등·포용(DEI) 관점에서 보더라도 육아휴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5일 근무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모든 근로자들이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다. 주5일 근무제도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도는 공공부문과 대기업부터 시작해 서서히 정착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여전히 토요일 공휴일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토요일 공휴일이 정착된 것처럼, 조만간 남성의 육아 휴직도 사회 전체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ESG센터장 yjlee@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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