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POSTECH)은 박문정 화학과 교수·통합과정 이호준 씨 연구팀이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블록공중합체(BCP) 나노 구조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관련 논문은 최근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BCP는 한 단량체의 블록이 다른 단량체의 블록과 연결되어 만들어진 고분자다. 자체 조립이 가능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나노미터(㎚)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어 반도체와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BCP 구조에 따른 광학적, 기계적 특성을 비교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열역학적 안정성이 떨어져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분자 사슬 말단이 모두 중앙에 모여 특이하면서도 매우 복잡해 실제로 구현된 사례는 없지만 독특한 채널구조로 인해 다른 나노 구조체와 차별화된 광학적 · 기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연구가 BCP를 구성하는 고분자 메인 사슬에 집중했던 반면,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에서 단 1%도 되지 않는 말단부에 주목했다. 사슬 말단부에 서로 다른 분자를 각각 연결한 이중 말단 BCP(di-end-functionalized BCP)를 제작했다. 그 결과, BCP 사슬 내 말단부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겨 고분자 꼬리들이 모두 내부로 모여들었고,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배관공의 악몽' 구조를 실제로 구현했다.
그뿐 아니라 자이로이드, 다이아몬드 등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다양한 BCP 구조를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상상과 이론에서만 존재하던 BCP 구조들을 현실에서 선보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BCP 고분자 조성과 메인 사슬의 화학적 성질 등을 다양하게 조절했음에도 말단부의 강한 인력이 존재하는 경우 복잡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이번 연구가 추후 다양한 복합구조 고분자 나노 구조체 개발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과 범용성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BCP 분야 연구자인 영국 셰필드대 화공생물공학전공 알리신 네도마 교수는 사이언스 논평을 통해 “새로운 BCP 나노 구조체 설계를 위한 기반을 제공했다”며, “원하는 특성의 나노 구조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공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문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분자 BCP에서 맞춤형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는 방법을 확립했다”며, “나노 기술 응용 분야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분자 BCP 개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