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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자율규제 형태로 진행되어온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법률에 의해 규제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나 장비, 캐릭터 등을 무작위로 제공하는 유료 아이템이다.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하면,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투입한 금액보다 더 높은 가치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고 낮은 가치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운이 좋은 사용자에게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이전의 아이템 구매에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들이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을 방지, 게임의 재미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돈을 쓰게 되면서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시행,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이용자에게 확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자율규제를 강화했다.

개정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아이템 등 주요 유형으로 나누어 공급확률정보 등 표시사항을 규정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제공 수, 제공 기간이 한정되는 경우 해당 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이런 규정은 기존 자율규제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 확률정보 미표시, 거짓확률 표시 등으로부터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게임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특정 시행 결과가 다른 시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이용 조건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식(천장제도) 등에 대해서도 공급 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이는 그간 자율규제로 적용해 온 기준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 의견을 추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 전환으로 게임 이용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제도적으로 보다 표준적 형태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게임 이용자들이 보다 일관성 있는 정보를 기초로 소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 2019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게임사들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확률형 아이템의 중요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 및 청소년 보호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국가 재정을 투입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해야 하는지 여전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업 모델 변화를 공공 영역에서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최근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을 보면 규제를 우회하는 변종 확률형 아이템 판매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자율규제 노력이 법적 규제로 전환되면서, 단순 확률 공개에 대한 세부적 규정이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에서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참여, 구축해 온 노력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도 아쉽다.

법적 규제와 함께 게임사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산업 주요 수익 모델이다. 수익이 줄고 다양한 신규 게임에 도전하기 어려워져 다양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게임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운영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게임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