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CTO 5개월 만에 또 변경…후임은 미정 '공석'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 또다시 변화가 생겼다. 지난 7월 선임된 CTO가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CTO를 맡던 부사장급 임원이 지난달 말 정기 인사에서 보좌역으로 전환됐다.

보좌역은 경영진 대상으로 사업을 자문하거나 지원하는 보직이다. CTO로 선임된 지 약 5개월 만에 생긴 이례적 변화다. 1년에 CTO가 두 번이나 바뀌게 됐다.

후임 CTO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 연말 인사가 있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파운드리 CTO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필요 R&D는 파운드리사업부 내 기술개발 관련 임원들이 팀단위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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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CTO 변경과 공석이 이어지자 반도체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강화하고 있는 3나노(㎚)와 2나노 등 차세대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총괄하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을 연말 인사에서 유임시켰다. 경영 안정성을 통한 미래 준비에 방점을 뒀다.

그러나 기술개발 파트에는 변화를 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16% 점유율, 2028년에는 24%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내부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기 인사가 끝나고 새해를 앞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데 대해 삼성 안팎에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송재혁 DS부문 CTO(사장), 이종명 공정개발실장(부사장)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 라인이 유임된 것과 파운드리는 대조를 보여 더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1월 말 삼성 정기 인사·조직개편 이후에도 파운드리사업부 내 조직·사업 조정은 지속되는 것으로 안다”며 “연간 두 번의 CTO 교체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와 쇄신에 삼성의 고민이 깊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 중이다. 세계 1위 TSMC와의 경쟁을 위해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개발에 투자를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3나노에 적용했으며, 2025년에는 2나노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은 경쟁사보다 앞선 GAA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인 데, 내부 인사에 적잖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후임 CTO 선임으로 새로운 기술개발 리더십을 도모할지,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 등 파운드리사업부 내 고위 임원이 CTO를 겸직하며 기술개발 속도를 높일지 관심이 쏠린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