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카카오톡에 ‘AI(인공지능) 기능’이 등장했다. AI가 ①채팅 내용을 요약하고 ②말투를 변경해 주는 기능이다.
국민 메신저에 AI 기능이라니, 궁금증을 참지 못해 곧바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AI 기능을 사용하려면 카카오톡 최신 버전이 필요하다. 다만,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설정 > 실험실에서 직접 활성화해야 한다.
수백 개 쌓인 채팅 내용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AI가 요약
‘대화 요약하기’는 쌓여 있는 채팅을 AI가 요약해 주는 기능이다. 개인톡부터 수십 명이 함께 하는 단톡 모두 쓸 수 있다. 채팅 개수는 크게 상관없는 듯싶다. 요약이 딱히 필요 없는 10개 미만 채팅부터 수백 개까지 모두 작동한다.
채팅이 쌓인 톡방에 들어가면, ‘안 읽은 대화 요약하기’ 버튼이 뜬다. 누르면 AI가 내용 요약을 시작하는데, 속도는 채팅 개수마다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1~2초 만에 빠르게 요약해 준다.
처음에는 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따로 수집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그러나 카카오는 서버에 대화 내용을 저장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약 기능을 요청한 경우에만 개인 기기에 있는 카톡 대화를 서버로 전송해 AI가 요약하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AI 모델 학습에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도 ‘무난’, 오타나 맞춤법 틀려도 괜찮네
요약에서 가장 중요한 ‘정확도’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님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정확도 테스트를 위해 다양한 상황에서 요약 기능을 사용해 보았다. 우선, 오타나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많아도 정확하게 요약하는지 궁금했다. 위 이미지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쌓인 대화 내용이다. ‘좋아’를 ‘조아’로, ‘어디’를 ‘ㅇㄷ’로 치는 등 일반적인 메신저 말투 습관이 담겨 있다. 의도치 않았지만 오타도 있었다. ‘출근하니까’를 ‘출근하닠가’로 치거나, ‘좋아요’를 ‘조하옹’으로 치는 등의 오타가 담겼다.
그러나 AI는 오타가 있거나 맞춤법이 틀려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하영이가 출근하니까 그 근처에서 29일에 보기로 했다’고 요약해 줬다.
이건 의외인걸? 재치까지 갖췄다
의외의 포인트도 있었다. 생각보다 재치 있고 영리한 요약본을 제공하기도 한 것. AI가 요약하면, 무언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카카오톡은 조금 달랐다.
한 번은 요약 기능 테스트를 위해 친구들에게 저녁 메뉴를 공유하라고 부탁한 적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누구로부터 답이 오지 않았다. AI는 이 대화를 어떻게 요약했을까? 친구가 캡처해 보내 준 요약본을 확인해 보니, ‘인공지능(AI) 기능 테스트를 위해 저녁 메뉴를 단톡방에 공유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요약했다.
요약본을 보며, 친구들이 무시한 상황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굳이 콕 집어 말해 주는 게 웃기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톡방에서는 분명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없었는데, AI가 더 이상의 채팅이 없다는 점을 파악해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린 셈이다.
아직은 오류 많아, 내용 재확인 필요
다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일단, 정확성은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과’인’성 대장증후군으로 요약하는 것처럼 흔한 단어임에도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채팅 개수가 길어질수록 요약 내용에 오류가 생긴다. 100개가 넘는 단톡방 채팅을 요약해 보았는데, 어머니께서 딸기 초코 케이크가 먹고 싶다 내용이 요약본에는 ‘딸이 먹고 싶어 하는 딸기 초코 케이크’라고 돼 있었다. 이번 주 일요일 12시에 예정된 토트넘 축구 경기는 요약본만 보면 토트넘 vs 아스날 경기인 건지, 토트넘과 아스날 각각의 경기인 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단톡방에서 누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구분되지 않는 점도 불편했다. 사람이 많은 단톡방일수록 발화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요약본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처음부터 직접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대화 내용은 최신 메시지 위주로 요약되는데, 최근 대화 내용은 어차피 스크롤을 조금만 올려도 확인할 수 있어 요약이 필요 없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 있게 요약하는 게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말투 변경하기’, 상황 맞춰 골라 쓰는 말투
‘말투 변경하기’는 채팅 전송 전 원하는 말투를 선택해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 가능한 말투는 △정중체 △상냥체 △임금체 △신하체 △로봇체 총 5가지다. 말투는 최대 100자까지만 변경할 수 있다.
직접 사용해 보니 말투에 따라 내용을 잘 바꿔 주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문장을 정중체에서는 ‘저는 집에 가고 싶습니다’, 상냥체에서는 ‘저는 집에 가고 싶어요’로 바꿨다.
이는 웃어른이나 어색한 사람과 카톡 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평소보다 말투에 신경을 쓰느라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했는데, 직접 써보니 수월하게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었다.
임금체, 신하체, 로봇체는 실용성보다는 재미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예로 든 문장을 임금체에서는 ‘어서 궐로 돌아가고 싶구나’, 신하체에서는 ‘소인은 집에 가고 싶사옵니다’, 로봇체에서는 ‘집. 가고. 싶음.’으로 바꿔준다. 생각보다 카카오가 컨셉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친밀한 상대와 색다르게 채팅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재미있지만, 실용성은 ‘글쎄’
그러나 하루 이틀만 지나도 말투 변경 기능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걸까?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매번 이상한 말투로 채팅을 보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정중체나 상냥체는 때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도, 임금체, 신하체, 로봇체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장기적으로 이 기능을 자주 사용할지는 다소 의문이다.
카카오의 AI 기능은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니다. 새로운 기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실에서 제공 중인 기능이다. 정식 출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실험실 기능이라 일반 채팅에만 들어간 상태고, 오픈채팅방에서의 적용은 내부 검토 중”이라며 "이용자 행태나 분석 결과를 반영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테크플러스 김하영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