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여자주인공이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지는 가난한 '캔디형'에서 탈피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K-드라마: TV 속 한계를 뛰어넘는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독창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최근 여성 주연 드라마 '더 글로리'(넷플릭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힘쎈여자 강남순'(JTBC) 등을 언급하며 “현재 많은 K-드라마에는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홍은미 작가(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를 인용해 “K-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이 항상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에는 주로 재벌과 상속자가 가난한 '여성'을 사랑하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지금도 부자나 강한 캐릭터들이 선호되지만, 그 주인공이 여성일 수도 있다면서 남한의 여성 재벌 2세와 북한의 장교가 사랑에 빠지는 '사랑의 불시착'을 예로 들었다.
가정에 헌신해온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닥터 차정숙'의 주연 배우 엄정화는 BBC와 인터뷰에서 “(데뷔 당시에는) 30세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넘으면 전형적인 어머니 역할을 맡은 경우가 많았다”며 “정말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힘쎈여자 도봉순', '힘쎈여자 강남순'을 탄생시킨 백미경 작가는 BBC와 인터뷰에서 “'품위있는 그녀'(2017)는 방송가에서 수차례 거절된 작품이다. 두 명의 중년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며 “내 드라마 이후로 여성 캐릭터는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제지 포브스의 한국 드라마 평론가 조앤 맥도널드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의 실험적인 투자가 한국 드라마에 이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상파에서는 폭력적으로 평가됐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의 투자 덕에 만들어졌다”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노리는 경찰관 딸의 이야기를 다룬 '마이네임' 역시 변화의 일환이다”라고 봤다.
이 외에도 BBC는 업계 종사자들을 인용해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지위 변화, 향상된 교육 수준, 사회적 성공의 갈망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