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너지효율화에 집중하는 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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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민 상명대 교수

12월 초 정부의 겨울철 수급대책 발표에 따르면 올 겨울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북극 한파나 폭설에 의한 태양광 발전량 급감 등 겨울철 전력수급 특성을 고려하면, 무작정 안심만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국제 정세도 좋지 않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휴전과 개전을 반복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지정학적 불안을 심화시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전쟁의 여파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지출 증가로 이어져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 인상과 물가상승을 유발해 국민의 가계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겨울 난방비 대란을 생각하면 이른 한파를 겪은 올 겨울 난방비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각국은 에너지효율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는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경감시키면서도 국가적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가장 경제적이며 친환경적 제1의 에너지 자원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2020년부터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을 안내하고, 참여한 가구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참여 가구는 2023년 기준 약 100만 가구에 달하며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10% 이상 절감한 것으로 발표됐다.

산업구조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독일은 2000년부터 '에너지 절약 트러스트'와 '에너지 효율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에너지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안내하고 일반 건물의 단열·가전제품의 교체 등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에 대해 비용을 지원한다. 또, 주요 공공시설의 온수 보일러 사용을 중단하고 겨울철 실내기준 온도를 22°C에서 19°C로 낮췄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효율은 2005년 대비 약 20% 개선됐고, 에너지 소비량은 약 10% 감소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다른 국가의 에너지효율화 정책보다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는 물론, 한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전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도 담겼다. 제도시행 이후, 고효율 가전제품의 판매량은 약 20% 증가하고, 연간 전력 소비량은 약 100TWh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처럼 '에너지 효율화'는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효과적 방법으로 검증됐다. 에너지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약 18%인 우리나라에 '에너지 효율화' 필요성은 더욱 자명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2019년부터 시행중이다. 과거보다 전력사용을 적게 하면 보상해주는 '에너지캐시백' 같은 소비자 행동변화 프로그램에도 80만 이상 가구가 참여중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국민 참여없이 정착되기 어렵다. 정부가 선진화된 정책을 도입하고, 국민이 고효율 가전기기 사용, 내복 착용을 비롯한 온(溫)맵시 실천, 개문 냉·난방 지양 등 작은 생활 습관 변화로 참여해야 지금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에너지 효율화가 체화된 지속가능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

위영민 상명대 교수 youngmi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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