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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국 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확산세는 중국에 이어 국내로도 빠르게 번지면서 국내 폐렴 증상 환자의 가파른 증가 추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국내에선 폐렴으로 인한 '의료 대란'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의 재현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등장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87년 처음 보고된 뒤 전 세계에서 유행을 반복하고 있다. 기침, 발열, 두통, 인후통 등을 동반한 일반 감기 또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4급 법정 감염병이다. 3∼15세 소아, 활동기 및 젊은 성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세균성 폐렴으로 직접 접촉이나 비말 전파를 통해 감염된다. 주로 보육시설, 학교 등 집단시설에서 유행하거나 같이 거주하는 가족 간 전염이 쉽다.

국내에선 통상 3~4년을 주기로 유행이 반복됐던 감염병으로, 2019년 유행 당시 1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감염 사례가 급감했다.

질병청은 최근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 증가세가 관측됨에 따라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19년 유행 당시 대비 현재 환자 수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치료법이 마련돼 있고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팬데믹과 같은 과도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팬데믹 조치 완화 이후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등하는 것은 그동안에 익숙했던 패턴이다.

과학계와 의료계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 환자 급증세를 예상했으며, 실제 코로나19 이후였던 2022년 11월 미국에서는 독감 입원환자가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또한 전형적으로 겨울철 급성 호흡기 감염 급증 사례로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감염에 대한 집단 취약성이 높아지면서 확산세가 상대적으로 일찍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급성 호흡기 질환과 같은 계절성 병원체의 순환이 코로나19로 인해 차단되면서 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되는 '면역 부재'가 야기되고, 이로 인해 확산세가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과학계와 의료계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약물 내성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감염된 소아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투여해도 증상 호전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사용이 일반적이지만, 그동안의 유행이 반복되면서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의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발병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전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중 마이크로라이드에 내성이 있는 비율은 2000년 18.2%, 2010년 41.0%, 2019년 76.5%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내성은 감염으로부터의 회복을 늦출 수 있어 입원 환자 규모를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학 및 의료계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 최소화를 위해 생활 방역 강화와 함께 국가 질병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 조치가 적절한 시기 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히 알려진 병원체에 의한 감염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심각성을 동반한 질병 발생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체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