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윤명한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김범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유기물 혼합형 전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활성 채널에서 한 방향으로 정렬된 초고성능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구현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유기물 혼합형 전도체 기반의 전기화학 소자(유기물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이온을 주입해 신호증폭, 스위칭이 가능하다. 체내 이식해 뇌, 심장, 근육 등 다양한 생체전기신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인간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소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차세대 바이오 인터페이스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무기물 기반 반도체에 비해 전기적 특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유기 소재는 트랜지스터 소자의 증폭과 스위칭 특성이 낮다는 점이 실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전도성 고분자 소재의 전하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자 수준에서 미세구조를 조절하는 다양한 구조 제어공정이 주목받았다.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활성층으로 사용하는 혼합형 전도체는 분자 구조상 측쇄의 유연성 및 친수성이 높아 분자 간 응집력이 강해 일반적인 미세구조 제어공정을 적용해도 별다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자 구조에 적절한 소수성 및 구조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알킬-에틸렌 글라이콜 하이브리드 측쇄 구조가 도입된 신규 혼합형 전도체 소재를 개발했다. 미세구조 제어공정을 적용해 분자 수준에서 한 방향으로 고도로 정렬된 혼합형 전도체 박막을 구현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특성 평가지수를 갖는 유기물 기반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유기물 혼합형 전도체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낮은 전기적 성능을 극복하고, 향후 유기물 기반 고성능 뉴로모픽 소자 및 생체신호 센서 등 고성능 바이오 전자소자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윤명한 교수는 “혼합형 전도체의 분자 구조 및 미세구조 제어 기술을 통해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혼합형 전도체 전하 이동도 특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향후 차세대 체내이식형 전자소자 및 고성능 뉴로모픽 전자회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근 바이오 인터페이스 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물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의 성능평가 지수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이 제안한 합리적인 분자 설계 및 합성 전략, 분자구조 제어공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융합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가 공동교신교수로 주도하고, 조일영 GIST 박사과정생, 정다현 KAIST 박사과정생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재료과학 분야 상위 2% 논문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