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수요가 있는 곳에 전기차 공장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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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최근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가격 인하 경쟁과 함께 이슈로 떠오른 것은 전기차 공장 유치 경쟁이다. 부품 수가 많은 내연기관 차량은 생산 공정이 복잡하다. 반면,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고 공정도 단순하다. 내연기관차 대비 생산 공정도 친환경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국가별 전기차 공장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생산시설 세액공제 30%와 대당 보조금 7500달러를 골자로 하는 IRA는 여러 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IRA를 통해 단순히 전기차 공장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부품·배터리·소프트웨어(SW) 등 거대 생태계가 옮겨간다. 또, 주변 연구기관과 대학은 많은 업체와 공동 연구를 진행, 산학연이 융합한 전기차 생태계가 꾸려진다.

후발 국가도 전기차 공장 유치전에 나섰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도 많은 혜택과 함께 공장을 유치한다. 북극에 냉장고를 파는 상황과 비슷하게 중동 국가도 전기차 공장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전기차 업체도 공장 확장에 관심이 많다. 테슬라와 비야디(BYD)는 이미 다양한 나라와 협력한다. 미국·중국·독일 이외 사우디·인도 등이 테슬라 공장 유치에 힘쓴다. BYD는 태국·브라질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7월 인도는 BYD 인도 공장 투자를 불허하고 테슬라 공장 유치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도 빠르게 움직였다. 사우디 반조립 공장 설립, 인도와 체코 전기차 생산 강화 등 여러 나라에서 전기차 공장을 확대했다. 배경에는 파일럿 공장으로 테스트를 하고 그대로 복사해 지으려는 현대차 생산 전략과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있다.

현대차는 주요 차 업체 중 폭스바겐과 함께 빠른 전기차 전환 전략을 진행했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공장 확대 전략을 취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에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팩토리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건립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빠르게 친환경 전기차 공장을 짓고 소비자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개념이다.

HMGICS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융합된 새로운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차량을 주문·생산한다. 생활 공간 바로 옆에 자리한 친환경 생산 시설은 문화 공간과 전시 공간을 함께 제공, 스마트 시티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최근 물류 시장에서는 친환경 선박 전환에 따른 물류 비용 증가가 이슈로 떠올랐다. 선박 발주가 대부분 친환경 선박으로 이뤄지고, 그 여파로 물류비가 증가한다. 도시와 함께하는 친환경 전기차 생산 시설은 물류비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전기차 공장 유치 경쟁과 주요 업체의 해외 진출 흐름 속 HMGICS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기차 생태계 해외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에 따른 변화는 생산 기술 투자와 함께 차량·공장·로봇 기술 융합을 요구한다. 모터와 배터리, AI 기반의 '전기차·스마트팩토리·로봇' 확장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술과 시장 변화에 맞춰 '스마트팩토리·차량·로봇' 기술 융합 투자와 함께 전기차 공장 혜택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전기차 공장이 가는 시장 변화 속 우리 기업의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정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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