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한-영 경제협력, 르네상스의 서막

쇄국정책으로 닫혀있던 조선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금씩 문호를 개방했다. 1882년. 서방국으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과 수호통상조약(Treaty of Friendship and Commerce)을 맺었다. 빅토리아 여왕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던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조선과 수교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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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형 KOTRA 런던무역관장

우리나라는 국권을 잃고 6.25 전쟁의 참화를 겪고도 정부와 국민, 기업이 열심히 도전하고 일하면서 오늘의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을 이뤘다.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열심히 해외시장을 개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해상강국으로 동인도회사를 필두로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방적기, 증기기관 등을 발명하면서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이는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영국이 철강산업, 조선업 등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현재 영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 8.45%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 13%를 밑돌고 있다.

지난 2021년 브렉시트로 유럽에서 벗어난 영국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를 찾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고, 인도·호주 등 영연방 국가와의 결속을 다졌다. 우리나라와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관계 공고화에 나섰다.

영국은 외교적으로 통상 연 두 차례 국빈 초청행사를 한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승하로 왕위에 오른 찰스 3세가 영연방인 남아공 대통령을 초청한 것을 제외하면, 대관식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외교,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은 해운업 성장과 더불어 파생된 보험과 금융의 역사가 오래됐고, 축적된 자본이 풍부한 금융 선진국이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대학에서 양성한 다양한 인재가 바이오, 핀테크, 기후테크, 인공지능(AI) 등에서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풍부한 자금은 이들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또, 넷제로를 표방하면서 전체 전력 15%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탈탄소화 선두 국가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과 한·영 경제협력 행사로 양국간 강점을 활용한 사례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먼저 영국의 금융, 의약 등 선진 서비스업과 연구개발(R&D) 능력을 우리나라 제조업 역량과 결합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해상풍력 운영 능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하려는 영국기업이 많다. 과거 자금만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지분투자와 경영을 겸하는 전략적 투자가가 느는 추세다. 한국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협력해 제3국 공동 진출까지 계획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이오 제조 능력과 R&D 능력이 있는 한국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려는 영국 투자가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6위 경제 대국인 영국은 식품, 화장품, K-팝 등 대형 소비시장과 노후화한 원전과 방산 시장이 있다. 새로운 공급원과 사업을 추진할 협력 파트너가 필요하다. 즉, 영국은 제조업이 발달한 '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140년 전 우호와 상거래 중심이었던 통상조약은 '프렌드쇼어링'으로 발전했다. 한국은 첨단 산업 기술력과 혁신적인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무역 시장을 개척했다. 글로벌 무역 강국으로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동맹국과의 핵심기술과 공급망 협력은 필수다. 양국이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경제협력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를 바란다.

전우형 KOTRA 런던무역관장 woohyung@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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