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친환경차라고 알려진 수소전기차(FCEV)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구매할 수 있는 차종이 제한적인 데다 충전 불편이 해소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소차 판매량은 1만1290대로 작년 동기 대비 21.3% 감소했다. 현대차가 넥쏘와 일렉시티 4320대를 출고하며 시장 점유율 38.3%로 세계 수소차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곤 있지만, 판매량은 예전 같지 않다. 넥쏘는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판매가 줄었다. 같은 기간 수소 상용차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중국은 3505대, 미국은 2791대가 팔리며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가뜩이나 충전망이 부족한 수소차 시장에 최근 악재가 터졌다. 국내 주요 수소 생산 업체 중 한 곳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수소 공급라인 고장으로 수소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중 일부 수리를 완료할 계획이나, 완전한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소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전국 수소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과 저장, 유통까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한계는 저장 기술이다. 소재에 침투하는 성질을 지닌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해 저장탱크에 보관해야 한다. 저장과 운송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비용도 높다.
완충 시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초고압 방식으로 충전해야 하는 데 현재 기술로는 저장 탱크를 추가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료전지스택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발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장거리 운행이 잦은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는 일반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출력이나 주행거리가 우수하다는 장점도 분명하다. 앞으로 등장할 도심항공모빌리티(UAM)나 고속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에도 수소가 더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수소 기술 분야에서 선도 국가다.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법을 제정하고 수소경제위원회를 도입하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30년 수소 상용차 3만대, 액화수소충전소 70개소 보급, 2036년 청정수소 발전 비중 7.1%라는 중장기 로드맵도 세웠다.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수소차 이용자들의 불편부터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신규 수요를 창출해 생산·유통망을 활성화하고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이 거세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소차를 넘어 수소 생태계 주도권을 지켜내야 할 때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