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설비 투자에 대한 수요는 강력합니다. 반도체 특수가스와 소재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머크 딜리버리시스템및서비스(DS&S) 사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추가 투자를 추진, 현지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캐서린 데이 카스 머크일렉트로닉스 수석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의 지속 성장에 따라 업계의 제조공장(팹) 구축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머크 DS&S 사업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머크 DS&S는 반도체 제조사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공급장치와 가스 설비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카스 수석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머크 일렉트로닉스 사업 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손꼽힌다.
카스 수석부사장은 “단기적인 반도체 불황이 있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매우 밝다”며 “2030년까지 현재 시장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해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지속 증가할 것이란 의미다.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려면 결국 공급 능력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잇따라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이유다. 특히 다수 반도체 기업이 '쉘 퍼스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클린룸을 먼저 구축하는 것으로, 팹 가동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카스 수석부사장은 “팹 건설 속도가 빨라지면서 특수 가스와 액체 화학 및 슬러리 공급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며 “머크는 시장 변화에 대응, DS&S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머크는 작년 대만 가오슝에 DS&S 공장을 신규 완공했다. 화학물질·가스 공급 장비 등 시스템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올해는 6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생산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카스 수석부사장은 “한국에도 새로운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머크 생산 역량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역량을 강화, 국내 고객사들의 국내외 투자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머크 DS&S는 한국에서 버슘머티리얼즈HYT라는 이름으로 안산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머크의 신규 투자가 확정되면 안산 사업장 규모와 생산 능력 확대가 예상된다. 카스 부사장은 “한국 고객사의 해외 투자 시 즉각 지원해 속도 면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머크는 반도체 고객사의 '글로벌 파트너 중 가장 지역적인 파트너'라는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최근 한국을 찾은 것도 안산 사업장 현황을 점검하고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생산 능력 증대 뿐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술 고도화도 진행한다. DS&S 장비와 사업 전반에 AI와 생성형 AI 도구를 적용,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오픈소스 데이터와 DS&S 장비 매뉴얼, 데이터시트, 엔지니어링 표준, 이메일 등 가용 자원을 데이터베이스(DB)로 통합, 각종 연구개발(R&D)와 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카스 수석부사장은 “이같은 정보를 챗봇에 취합, 현장 팀과 고객이 정보 검색과 데이터 통합을 빠르게 진행하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챗봇을 고객에 직접 제공하고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