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양종희 신임 회장 체제로 새 출발한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지난 2014년 회장 취임한 이후 9년 만에 수장이 교체된다.
KB금융그룹은 21일 양종희 회장 내정자 공식 취임식을 연다. 양 신임 회장은 이날부터 오는 2026년 11월 21일까지 3년 임기 동안 KB금융그룹을 이끌게 된다.
앞서 KB금융그룹은 지난 17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회장 내정자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신임 회장은 금융권 현안으로 꼽히는 '상생금융' 문제 해결과 더불어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타이틀을 수성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은행권 이자수익 환원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이날 양 회장 내정자 역시 “이사회와 윤종규 회장이 추진해 온 중장기 자본관리 방향과 주주 환원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종희 신임 회장은 인수합병(M&A) 역량과 비은행 부문 경영에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KB금융그룹의 LIG보험(현재 KB손해보험) 인수 딜을 성사시킨 것이 대표적인 공적이다.
당시 KB금융그룹은 LIG보험 인수 실사 과정에서 미국 법인 재무적 문제 등이 발견되면서 딜 진행이 미진한 상황이었다. 양 신임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인수 실사의 총괄 지휘를 맡아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따내고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6년부터 KB손해보험 대표직을 맡아 그룹 내 안착과 실적개선에 기여했고, 이후 3연임에 성공하면서 2020년 12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KB금융그룹은 올해 실적에서 호조를 보이며 라이벌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포지션을 따냈다. 올해 연말까지 우세를 유지하며 챔피언 자리를 수성하는 것도 신임 회장이 마주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두 금융그룹은 엎치락뒤치락 하며 매년 근소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은 KB금융이 우세했고 지난해에는 사옥매각 이익 등이 반영된 신한금융이 조금 앞섰다. 올해는 상생금융 압박으로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실적 경쟁에 돌입해야 해 두 회사 모두 고민이 크다.
KB금융그룹 양적 확장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임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이 국내 1위를 달성했음에도 세계 순위로 60위권에 머물렀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윤 회장은 국내 금융업권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자본 규모를 현재 대비 최소 2.5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 신임회장 역시 전임 회장의 유지를 잇는 차원에서 해당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