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화는 은행 계약직 영업 사원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아이가 없고,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한 그녀에게 직장 생활은 유일한 즐거움이다.
여느 때처럼 외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백화점을 들르게 된 유이화는 판매원 설득에 계획에 없던 화장품을 구매한다. 가지고 있던 돈이 부족했던 그는 고객 예금에서 돈을 꺼내 충당하고 백화점을 나서자마자, 바로 은행을 찾아 그 돈을 채워 놓는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내연관계인 윤민재가 학비가 없어 휴학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돕기 위해 고객 예금에 손을 댄다. 처음엔 적은 돈이었지만 거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 이후, 사실이 적발될까 은행장부를 조작하는 등 점점 그녀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어긋나버린다. 거짓된 행복에 대한 욕망이 커지며, 횡령은 반복되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유이화는 왜 거짓말을 멈출 수 없었을까. 탤리 샬럿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현상은 뇌과학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간 뇌에는 부정직한 행동을 하면 이를 꺼리게 하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그 제동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확인됐다.
뇌 측두엽 안쪽에 자리 잡은 편도체는 거짓말에 반응해 이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는 활동성이 떨어지고 제어 기능이 약해져 거짓말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 편도체 활동량을 줄어들지 않게 하고 다시금 끌어올려 거짓말을 더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샬럿 교수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등 왜 엄청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거짓말 횟수는 다르지만 인간은 매일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제리 젤리슨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교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아주 사소하고 의례적인 말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200회, 즉 8분에 1번씩 거짓말을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하루 2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도 있다.
'피노키오 효과(Pinocchio effect)'라는 이론도 있다. 거짓말을 하면 동화 속 피노키오처럼 사람의 코가 커진다 하여 '피노키오 효과'란 이름이 붙었다. 거짓말을 하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화학 성분이 분비되는데, 연구진들은 이 성분이 코의 조직을 팽창하게 만든다고 했다.
에이미 커디 하버드 대학 연구심리학자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표정과 몸짓만으로 구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흔히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코를 만지는 것과 같은 행위가 거짓말의 표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마다 거짓말 할 때 표정과 행동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영화 속 유이화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제3자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야 거짓말에 대한 각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