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R&D 예산 전면전…최대 쟁점은 '글로벌 R&D'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사업별 감액 및 증액 심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여야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놓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각각 '보완'과 '복원'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힘주고 있는 '글로벌 R&D 협력'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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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은 예결특위 심사에서 최대 쟁점은 '글로벌 R&D' 예산이다. 글로벌 예산은 정부 예산안 수립과정에서 두 달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증액된 사업이다. '협력국과의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라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전년 대비 3배가 증액됐다. 윤 대통령은 그간 '글로벌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외쳐왔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결소위에서 감액 대상 1순위로 글로벌 사업을 올렸다. 과방위 예결소위는 전날 7시간 동안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에서 8400억원 늘어난 R&D 예산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글로벌TOP전략연구단지원사업, 첨단바이오글로벌역량강화 등 '글로벌'이 포함된 R&D 예산을 1조원 이상 대거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해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으로 돌렸다. 약 2조원을 증액하고, 약 1조2000억원을 감액했다.

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구체적 계획도, 협력 파트너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높이면 무슨 성과가 나오겠냐”며 “계속 진행되어온 글로벌 사업을 제외하고는 다 삭감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협의를 통해 예산안을 수정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위를 통과한 R&D 예산은 전체회의에서 의결해 예결특위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체회의 일정을 잡아줄 명분이 우리 쪽에는 없지 않냐”며 “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반박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액한 R&D 예산안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말이 헛된 주장이라는 것을 다시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그간 방만했던 R&D 예산을 구조조정한다는 정부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연구자 처우 개선과 기초연구 분야 지원 등에 대해선 별도의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협의회 등을 거쳐 조만간 구체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예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R&D 예산 외에도 앞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야당 주도로 7000억원 증액되면서 여야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12월 2일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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