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실(Stencil)은 판에 구멍을 낸 후 잉크를 통과시켜 그림을 그리는 미술기법이다. 이 기법은 전자·반도체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텐실 리소그래피(Lithography)는 섀도 마스크(Shadow Mask)라는 도안을 사용해 기판에 금속을 쌓아 패턴을 만드는 기술이다. 보통 나노미터(㎚) 규모 소자나 회로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데, 평면이 아닌 곡면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포스텍(POSTECH)은 김석 기계공학과 교수·통합과정 이상엽 씨, 정대성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평면과 곡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구조적 손상 없이 부착·분리가 가능한 스텐실 리소그래피용 섀도 마스크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굴곡이 있는 표면에서 스텐실 리소그래피 공정을 진행하려면 섀도 마스크가 곡면 형태에 적합하도록 유연하고 얇아야 한다. 현재 유기 소재로 제작된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관과 조작이 어렵고 손상되기 쉽다. 기존 연구에서는 섀도 마스크를 정렬하기 위해 추가 구조물이 필요했는데, 기판 재료 선택과 공정 확장에 제한이 많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아세톤을 사용해 실리콘 박막이 틀에서 자체적으로 분리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핀셋이나 손으로 실리콘을 떼어낼 필요 없어 실리콘을 손상하지 않고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평면과 곡면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얇은 실리콘 섀도 마스크를 만들었다.
또 섀도 마스크를 기판에 부착하기 위해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으로 건식 접착제를 만들었다. 마스크와 기판 사이 거리가 가까울수록 패턴의 해상도가 높아져 선명하게 패턴을 인쇄하려면 그 거리를 좁혀야 한다. 이 접착제는 붙였다 떼도 깔끔한 포스트잇처럼 기판에 마스크를 편리하게 부착·분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마스크와 접착제로 굴곡이 있는 기판에서 선명하게 패턴을 인쇄했다. 또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롬(Cr)과 티타늄(Ti) 금속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다층 패터닝과 곡면과 평면 기판에서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OTFT)도 제작했다.
김석 교수는 “높은 해상도와 곡면 호환성, 다층 패터닝을 모두 이룬 섀도 마스크를 개발했다. 여러 번 사용한 후에도 식각액 등으로 세척하면 마스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PIM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테크놀로지' 앞 속표지 논문(front inside cover)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