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시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도 실효성을 높일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행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분 희석 없는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엘타워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 벤처기업과 복수의결권, 투자 등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는 17일부터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시리즈B 단계,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8개 기업이 참석했다.
간담회 참석기업은 '창업 이후 누적 투자 금액이 100억원 이상·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가 50억원 이상'인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마지막 투자를 받기 전까지 창업주는 30% 이상 의결권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기부는 복수의결권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 400여개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벤처기업이 3만5000여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지어야 하는 회사는 대규모 투자 유치가 필요한 데 지분율 희석 우려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이 동의해야 하는 정관개정과 복수의결권 신주 발행 절차도 높은 진입장벽이다.
이지현 닥터노아바이오텍 대표는 “시리즈B 단계만 되도 열 개에 가까운 투자자가 참여하고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어도 주주 동의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복수의결권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설득하기 막막하다”고 밝혔다.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의 상장 추진 과정에서 한국거래소 판단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공동 창업자가 서류상 설립자(발기인)로 참여하지 못한 경우, 창업주 신주 발행 부담 등도 제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중기부는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고, 증권·투자업계에 복수의결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해외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용해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탄생했다”면서 “복수의결권 제도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