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충지로 부상하는 LGD 광저우 LCD…삼성전자 거래 확대 주목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팹) 향배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유일하게 남은 LCD 팹이지만 시장 변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속 전략적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카이워스는 LGD 광저우 팹 인수 의사를 밝히고 구체적인 협상을 추진했으나 최종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는 구체적인 운용 방식까지 논의할 정도로 협상을 진전시켰으나 가격에서 이견을 보여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카이워스가 광저우 팹 인수 의사를 밝혀왔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카이워스는 중국 3대 TV 업체 중 하나다. TV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부품인 LCD 패널을 내재화할 계획이었고, 광저우 LCD 팹 인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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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LCD 비중을 줄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말 파주 공장(P7)에서 진행하던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대형은 중국 광저우 LCD 팹만 남은 상황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사업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팹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유일 TV용 LCD 제조 공장이 됐다.

사업 축소 및 전환 과정에서 남게 된 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광저우 LCD 공장의 역할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 글로벌 TV 시장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가의 TV는 판매가 부진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OLED TV나 마이크로 LED TV와 같은 차세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LCD가 여전히 필수다.

그런데 LCD는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급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가 없다면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게다가 삼성은 BOE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BOE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갈등으로, 삼성전자는 BOE 패널 대체를 추진 중이다. BOE 대신 대만 AUO에서 LCD를 수급할 수 있지만 가격·성능·품질에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건 LG디스플레이가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팹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동률을 높이고 출하량도 늘어나, 올해 900만대에서 내년 1600만대까지 급증할 것이 관측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제로 LCD 주문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있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미·중 무역 이슈로 인해 고객사(TV세트 업체)들이 안정성 측면에서 공급망 전략 변화를 원하는 상황이라 자사로 패널 공급 요청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 방향성은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시기적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LCD 축소, OLED 확대'의 큰 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실적에서 OLED가 차지한 비중은 42%다. OLED 사업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LCD 비중이 상당하다.

LG디스플레이가 어느 시점에 완전한 LCD 출구전략을 펼지 미지수지만 전반적 상황들을 종합할 때 광저우 LCD 팹은 최소 1년 이상 운용이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워스와 협상 때도 LG디스플레이는 LCD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분을 넘기더라도 운용을 맡는, 점진적 철수를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 “광저우 팹은 당분간 유지를 하면서 타이밍을 다시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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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OLED 매출 비중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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